'김주성 관록 넘었다' 김종규의 패기 넘치는 덩크슛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1.28 20: 45

‘슈퍼루키’ 김종규의 패기가 ‘레전드’ 김주성을 눌렀다.  
창원 LG는 2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원주 동부를 70-54로 제압했다. 이로써 3연승을 달린 LG(13승 6패)는 경기가 없던 모비스(12승 6패)를 3위로 밀어내고 단독 2위에 등극했다.
LG의 연고지 창원은 최고의 농구열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LG는 전자랜드, KT와 함께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유일하게 올랐던 2001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삼성에게 1승 4패로 졌다. 김종규는 LG가 2001년 송영진 이후 처음으로 직접 뽑은 전체 1순위 신인이다. 창원 팬들이 김종규를 바라보며 우승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어 주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창원에서 김종규의 인기는 남부럽지 않았다. 김종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여학생들의 하이톤 함성이 쏟아졌다. 엄청난 점프력을 이용한 김종규의 플레이는 남성 팬들도 사로잡았다.
1쿼터 후반 루즈볼을 쫓던 김종규가 상대 가드를 비하인드 드리블로 제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7cm의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이어진 공격에서 김종규는 림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그대로 공중에서 잡아 덩크슛으로 연결했다. 팬들이 김종규에게 기대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동부는 2쿼터 김주성을 투입했다. 대선배 김주성과 김종규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김주성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주성은 노련하게 자리싸움을 한 뒤 공중볼을 톡톡 쳐내며 리바운드를 잡았다. 또 그는 2쿼터 후반 루즈볼을 향해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공을 따낸 동부는 골밑의 김주성에게 지체 없이 패스했다. 김주성은 김종규를 앞에 두고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김종규도 당하지 만은 않았다. 김종규는 3쿼터 속공상황에서 김주성의 블록슛을 뿌리치고 시원한 투핸드 덩크슛을 꽂았다. 김주성이 빠진 골밑에서 김종규를 저지할 선수는 없었다. 김종규는 3쿼터 후반 다시 한 번 덩크슛을 꽂으며 포효했다.
이날 김종규는 15점, 7리바운드, 덩크슛 세 방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주성도 짧은 시간 뛰면서 10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로 선전했지만 부상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4쿼터 중반 김종규는 코트에 넘어진 김주성을 일으켜줬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한수 잘 배웠다'는 예의의 표시였다.
두 선수의 승부는 한국농구의 과거와 미래의 충돌이었다. 김주성은 코트에 있는 동안에는 노련하게 김종규를 상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부상여파로 오래 뛰지 못하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천하를 호령했던 김주성은 덩크슛을 내리꽂는 김종규를 보면서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봤다. 한국농구 전설도 세월의 흐름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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