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패배의 책임은 감독이 지겠다”.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을 패한 후 감독은 공식 인터뷰 말미에서 선수들을 높이고 자신의 패착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감독은 갑작스레 지휘봉을 놓았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고 하지만 기회를 준 것은 감독의 몫이었다. 김진욱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갑작스러운 퇴임 후 고마움과 미안함을 나타내며 맺음말을 꺼냈다.
전신 OB 시절 잠수함 에이스로 분투했던 김 감독은 2007년 두산의 2군 투수코치로 프로 무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 2011년 10월 두산의 제8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지도자로서 김 감독의 페넌트레이스 2년 통산 성적은 139승6무116패다.

그러나 김 감독은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 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기록을 남기고 급작스럽게 물러나게 되었다. 두꺼운 야수층,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유망주가 많았던 팀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지도력을 평가절하 당하기는 했으나 팀의 내부 사정 등을 감안했을 때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도력에서도 발전상을 보이던 김 감독이었으나 단기전 투수 운용과 승부처 대처에 있어 원활함을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을 샀고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퇴임이 결정된 후 두문불출하던 김 감독은 어렵사리 마지막 인사를 꺼냈다. 충격적인 교체 통보에도 충돌 없이 받아들이며 야인이 된 김 감독. 여전히 김 감독의 휴대전화 메신저 서비스 이미지는 두산의 마스코트 그림이다.
다음은 김 전 감독의 두산 감독으로서 맺음말 전문이다.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지낸 2년의 시간 동안 희로애락이 많았지만 제가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많이 행복했습니다. 주어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아쉽지만 모두가 저의 부족함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충전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우리 선수들 늘 그라운드 안에서 밝게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습니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이번 한국 시리즈까지 불굴의 투혼으로 두산 베어스의 야구를 보여주고 모두가 일심동체로 하나가 되어 투혼을 펼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제 심장이 멈추는 날까지 제 가슴 속에 담아두겠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었을 때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도 잊지 않고 내년에도 선전을 기원합니다. 저와 함께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지도해주신 우리 코칭스태프들 정말 고맙고 미안합니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음지에서 묵묵히 정말 열심히 선수들 뒷바라지에 힘써주신 현장 직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두산 베어스 팬 여러분들의 열정적인 성원은 우리 선수들이 불굴의 투혼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끊임없는 응원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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