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가능한 투수들 중 1군 경험이 많은 편이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리고 우리 팀을 상대로 강했던 전력이 있지 않은가”.
3년 전 천적을 기억했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으나 젊은 투수인데다 좋을 때는 깔끔한 제구력과 포크볼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는 재능까지 선보였다. 두산 베어스가 FA 최준석(롯데)의 보상선수로 우완 김수완(24)을 선택한 이유다.
두산은 지난 28일 최준석의 보상선수로 김수완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롯데가 FA로 풀린 최준석을 영입하면서 두산은 롯데로부터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지난 25일 롯데가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상선수 명단을 두산에 건네줬고 지명시한 마지막 날이 돼서야 두산은 장고 끝에 김수완을 선택했다.

2007년 제주관광고 시절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으나 드래프트서 지명되지 못하고 2008년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김수완은 통산 76경기에 나와 8승 5패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 중이다. 2010년 5승을 거둔 이후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15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0시즌 중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며 그해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두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보상선수 지명 후 두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평가했을 때 남은 선수들 중 1군 경험이나 장기적 관점, 그리고 3년 전 우리에게 강했던 천적 면모를 보았을 때 김수완이 가장 좋은 카드였다”라고 밝혔다. 김수완은 2010시즌 두산전서 2경기 2승무패 평균자책점 1.59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140km대 초중반의 직구와 예리한 포크볼-슬라이더를 갖춘 김수완은 185cm 71kg로 호리호리한 체구를 갖췄다. 프로야구 선수라기보다 패션쇼 모델에 더욱 어울릴 만한 몸매. 전 소속팀 롯데에서도 김수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이 붙는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단순히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있어 적당히 살집과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투수로서 무리 없이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롱런할 수 있는 데다 볼 끝에도 힘을 붙일 수 있는 기본 요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김수완은 롯데 4~5선발 후보 중 한 명이었으나 투구에서 기복을 비춰 제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좋았을 때의 김수완은 긴 팔을 바탕으로 시원한 투구폼을 보여주며 타자를 돌려세우던 투수다. 롯데 20인 보호선수 외에서 두산이 지명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포크볼을 주무기로 내세운다는 점은 두산에서의 효용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동안 두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우완은 대체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구사했다. 2005년 구원왕, 2010년 홀드왕인 동시에 아직도 팀의 계투 중추인 정재훈은 현재 국내 무대서 정통 포크볼을 가장 잘 구사하는 투수 중 한 명이다. 만년 유망주의 틀을 깨고 우완 주축 선발이 된 노경은도 정명원 코치로부터 스플리터를 사사하며 제 명성을 스스로 높였다. 지금은 팀을 떠났으나 ‘써니’ 김선우도 2011시즌 스플리터를 적극 구사하며 16승을 올렸다.
1세대 포크볼러로서 현역 시절 최고의 마무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 코치도 “횡으로 변하는 구종은 빗맞는 안타가 나올 수도 있으나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은 타자의 게스 히팅 능력과 컨택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좋은 결정구가 될 수 있다. 남발하지 않되 결정적인 순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포크볼 계열 구종의 강점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김수완은 단순히 포크볼을 땅에 꽂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제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포수의 블로킹 능력에서도 투수가 살아날 수 있다. 두산의 주전 포수 양의지와 포스트시즌의 영웅이었던 최재훈은 리그 전체 포수들과 비교했을 때 기본 이상의 블로킹 능력을 지녔다. 양의지는 올 시즌 후반기 허리 통증 등으로 고역을 치러 팬들의 아쉬움을 샀을 뿐 정상적인 몸 상태의 그는 좋은 블로킹을 보여준다. 최재훈은 재빠르게 바운드 볼을 막는 뛰어난 능력을 지녀 폭투를 막는 능력에 있어서는 팀 내 최고 능력을 자랑한다. 투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포수진을 갖췄다는 점은 김수완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롯데와의 FA 거래서 두산은 지난해 홍성흔 이적 당시 김승회를 보상선수로 내줬고 나머지 세 번은 보상선수를 받는 입장이었다. 2004년 정수근 이적 당시 문동환(현 두산 코치)을 보상선수로 받은 뒤 곧바로 한화와의 트레이드로 포수 채상병을 얻은 두산은 2007~2008시즌 주전 포수로 채상병을 활용하며 재미를 보았다. 2008년 홍성흔의 롯데 이적 시 보상선수로 온 이원석은 현재 안정된 수비력은 물론 좋은 컨택까지 보여주는 주전 3루수가 되었다. 최준석을 내줬으나 대신 성장 가치를 지닌 김수완을 데려온 두산은 또 한 번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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