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키즈' 최예지, "스크린과 필드, 동시정복 꿈"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11.29 06: 59

"스크린에서든 필드에서든 모두 인정받고 싶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이다. 여고생 최예지(18, 투어스테이지)가 또 한 번 스크린과 필드 정복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최예지는 이미 스크린 골프에서 스타다. 세계 최초 스크린 프로골프 투어인 'GTOUR'에서 지난 시즌 초대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10대 여고생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시즌 역시 상금, 대상포인트에서 2위에 올라 있는 최예지는 안정적인 기량 속에 다시 한 번 '스크린 퀸' 재등극을 노리고 있다.

스크린 골프를 점령한 최예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다. 현재 정회원이지만 아직 시드권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에 드림투어 출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마와 프로가 모두 출전할 수 있는 GTOUR를 통해 경쟁력을 차곡차곡 다져가고 있다.
▲ 뼈아픈 시행착오
지난 5월 최예지는 아팠지만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다.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파72, 6676야드)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에 초청받은 최예지는 처음으로 KLPGA 선수들과 겨뤄볼 기회에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1라운드 경기 도중 실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것이 이유였다. 최예지는 GTOUR에서 5000만 원 이상을 벌어 상금왕에 올랐다. 자신의 잘못도 있었지만 KLPGA 매끄럽지 못한 행정처리가 더 큰 문제였다.
최예지는 기분 나쁠 수 있을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도 오히려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입을 연 최예지는 "누굴 탓하기보다는 잠시나마 KLPGA 언니들과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최예지는 "프로가 어떤 무대인지 알았다. 나는 떨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무 떨리더라. 처음 겪어보는 느낌과 감정이었다"면서 "당시 아홉 홀을 돌는데 그쳤지만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대회에 필요한 연습이 뭐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똑부러진 목소리로 시행착오를 직시했다.
▲ "나도 박세리 키즈"
일반적으로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세대는 1986~1988년생들을 지칭한다. 박세리가 지난 1998년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퍼로 입문한 어린 학생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최예지는 1995년생. 그런데도 최예지는 "나도 박세리 키즈"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유가 뭘까. "아빠가 골프를 좋아하셔서 항상 골프관련 방송을 틀어놓으셨다. 그래서 박세리 선배의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었다"는 최예지는 "박세리 선배를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아픔이 서린 이야기다. 초등학교 5년 때 골프를 시작한 최예지는 한 번도 프로 레슨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집안형편 때문이었다. 골퍼를 꿈꿨던 아버지 최우성(48) 씨로부터 스윙을 배우며 독학에 나섰다. 때문에 TV와 아버지의 말이 교본이었고 레슨이었다.
최예지가 본격적으로 골퍼의 꿈을 꾼 것은 중 2때였다. 취미생활 수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일반 학교에서 골프팀이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입문한 골프였지만 이 때 결정은 자신이 내렸다. 이에 "후회나 미련은 전혀 없다. 내가 택한 길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최예지다.
▲ 꿈을 꾸게 해준 스크린
최예지의 하루는 골프로 시작해 골프로 끝이 난다. 오전 9시부터 샷 연습을 시작, 오후까지 빡빡하다. 하지만 필드 훈련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상대적으로 필드를 밟을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스크린 골프였다. 최예지는 아빠와 상의한 끝에 필드나 전지훈련에 가는 대신 스크린 골프에서 훈련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자신의 스윙폼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최예지는 스크린 골프에 대해 "필드에서 치는 샷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면서 "만약 차이가 났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바람까지 계산해주기 때문에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예지는 자연스럽게 골프존이 만든 GTOUR에 출전,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GTOUR에서는 필드 못지 않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최예지는 "후보들의 표정이 한 번에 다 보이는 만큼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장하나 그리고 양수진
"솔직히 친구가 많이 없다. 있는 친구들도 다 골프를 통해 알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라이벌 심리도 함께 가진 사이"라는 최예지는 경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지난 4월 35명에게 주어지는 준회원 자격도 얻지 못했던 최예지는 눈물을 보였다. 최예지는 당시에 대해 "1타가 밀려 36위로 떨어졌다. 정말 속상해서 울었다. 내가 작아보였다. 자신감만 있었다"면서 "그런데 조금 지나니 잘됐다 싶더라. 준회원조차 1등으로 통과하지 못하는데 어차피 통과했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정회원까지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게 된 버팀목이었다.
이처럼 최예지는 타고난 골프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나쁜 일이 있으면 오래 생각하지 않고 다음 일을 빨리 찾아 몰두한다. 감정변화가 많고 안되는 게 있으면 빨리 좌절하는 면도 있지만 서서히 극복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최예지는 경쟁에 최적화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10대 소녀.
최예지는 롤모델로 KLPGA에서 뛰고 있는 장하나(21, KT)와 양수진(22, 정관장)을 꼽았다. "장하나 선배는 시원시원하면서도 과감하게 친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뭔가가 있다. 또 양수진 선배는 외모도 이쁘고 멋을 낼 줄 안다. 그러면서도 신중할 때는 신중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기량은 물론 보여지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 최예지는 "옷을 입을 때 좀 튀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원색 계통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시원스럽게 밝혔다. 또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지만 실력을 인정받으면 외모에도 소홀하고 싶지 않다"는 최예지는 "보여지는 것에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소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 많은 바람과 목표들
최예지는 그 나이 또래처럼 꿈이 크다. 그리고 상당히 구체적이다. 최예지는 "KLPGA에 진출한 뒤 상금왕에 오른 뒤 일본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상금왕 타이틀을 갖고 싶다. 그 다음에 미국 LPGA에 도전할 것이다. 역시 목표는 상금왕이다. 상금왕이 다승왕보다 더 멋있고 크게 부각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세계랭킹 1위에 내 이름을 올리겠다"고 거대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최예지는 일단 GTOUR에 전념할 생각이다. "WGTOUR 상금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최예지는 "타이틀이 있고 없고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다"면서 "2시즌 연속 상금왕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도 있다. 최예지는 "스크린 골프는 필드에서 치는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리게 하고 싶다. 최근에는 이런 편견들이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스크린 골프 요령을 알려달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정회원이 돼서 스크린에서도 필드에서도 모두 인정받아 정상에 서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선수,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예지는 지난 22일 끝난 2014 KLPGA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좌절은 잠시 뿐이었다. 오히려 꿈과 바람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미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좀더 자신을 다져갈 수 있는 훌륭한 거름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굳은 심지를 가진 최예지의 샷은 올 겨울 더욱 정교해지고 깊이를 더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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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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