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홈런을 보면서 피로를 잊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넥센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27)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내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박병호는 올 시즌 전 경기인 128경기에 출장해 450타수 143안타(37홈런) 117타점 91득점 10도루 타율 3할1푼8리 장타율 6할2리를 기록했다. 그는 장종훈, 선동렬, 이승엽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년 연속 패넌트레이스 MVP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5일 아내와의 휴식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박병호는 다시 목동구장에 매일 출근해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 때 내 홈런을 보고 피로가 풀렸다는 아저씨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며 "홈런 개수에 욕심이 나기보다는 팬들이 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홈런을 많이 치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병호와의 일문일답.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 배운 것은.
▲가을야구라는 게 단기전이고 전국민이 보시니까 긴장감도 확실히 있더라. 단기전에서 중요한 건 심리전인 것 같다. 미디어데이에서 저랑 승부를 안하신다고 해서 그 뒤로는 초구에 볼이 들어오면 나랑 승부를 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심리전에 흔들리면 안된다는 걸 배웠다.
-그래도 중요한 홈런으로 제몫을 했다.
▲첫 타석과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쳤다. 사람들이 만화같은 야구를 했다고 해줬는데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패넌트레이스 등 중요한 찬스에서 한 번 더 침착하게 할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2년 연속 리그 MVP 소감은.
▲지난해는 팀 성적이 나지 않았는데 올해는 팀도 4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그리고 전 경기 출장도 달성했고 모든 기록이 지난해보다 더 나아져서 이번 MVP를 기분좋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올해 아쉬웠던 점은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쳤는데, 마지막 10월 5일 한화전을 꼽을 수 있다. 시즌의 1승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선수들이 깨달았을 것 같다. 그것을 계기로 내년에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최근 팀 전력이 바뀌었는데.
▲(장)민석이 형은 동네 주민이라 같이 차도 타고 다니고 해서 떠나는 게 아쉽긴 하다. 윤석민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같이 2군 생활을 많이 해서 잘 안다. 저도 트레이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 온 선수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올해 37홈런인데, 40홈런이 아쉽지 않은지.
▲마지막에 3개를 몰아쳐서 40개에 가까워졌을 뿐이지 아쉽지 않다. 앞으로 더 큰 꿈이 생겼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40홈런에 대한 욕심이라기 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회사원 아저씨가 제 홈런 장면을 보고 힘든 퇴근에도 기분이 좋았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는데, 홈런을 보면서 팬들이 즐거워하고 피로를 잊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홈런이 많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보다 올해 타점도 조금 높아지고 대부분의 기록이 좋아졌는데, 내년에도 올해의 수치에서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싶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올해처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보완하고 바꾸기 보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해오던 대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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