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cm의 거구가 184cm의 가드보다 빨리 뛰었다? 김종규(22, LG)가 엄청난 운동능력을 과시했다. 다 사연이 있었다.
창원 LG는 2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원주 동부를 70-54로 제압했다. 1쿼터 LG가 21-8로 앞서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이 나왔다. 바로 신인 김종규의 믿기 힘든 플레이였다.
동부가드 박지현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김종규의 공을 쳐냈다. 공격코트에 아무도 없는 상황. 박지현은 그대로 달려가 공을 잡고 레이업슛을 올려놓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뒤에서 늦게 출발한 김종규가 성큼성큼 달려와 먼저 공을 잡았다. 당황한 박지현은 공을 재차 가로채려고 덤볐다. 이 때 김종규는 비하인드백 드리블로 박지현을 제치고 유유히 공을 전방으로 뿌렸다. 207cm의 김종규에게서 마치 가드같은 움직임이 나온 것.

아무리 34살 노장이라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박지현이 김종규에게 잡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공격에서 LG의 슈팅이 림을 맞고 튀었다. 이 때 어디선가 날아온 김종규는 그대로 팁인 덩크슛을 터트렸다. 김종규의 ‘에어쇼’에 창원실내체육관은 그야말로 떠나갈 듯 했다. 신인의 대담한 플레이에 노장선수들도 자극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경기 후 김종규는 박지현을 따라잡아 제친 상황에 대해 “내가 미스한 거라서 죽기 살기로 가서 살렸다. 못 살리면 바로 골이라 골을 안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더니 (박지현보다) 더 빨리 있더라”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김종규의 몸은 마치 강백호처럼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발동하는 메커니즘이었다.
비하인드백 드리블로 상대를 제친 것은 “상황에 맞춰서 하다 보니 나왔다. 우리 팀 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가 막내로서 그런 것을 해야 형들 분위기도 더 올라간다”면서 의젓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날 김종규는 세 방의 덩크슛을 터트리며 15점, 7리바운드로 대활약했다. 특히 후반전 김주성의 수비를 뿌리치고 쑤셔 넣은 투핸드 덩크슛이 백미였다. 김종규는 “주성이 형이 내 슛을 막기 힘든 위치였다”면서 겸손해했다.
경기 후 농구인들은 김종규의 운동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어떻게 가드인 박지현이 잡힐 수 있나?’, ‘박지현도 예전의 몸이 아닌가 보다’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트 위의 김종규는 무엇을 해도 화젯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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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