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한국시리즈 사상 최고로 요동친 준우승팀 두산의 앞길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3.11.29 09: 31

두산의 김진욱(53)감독이 11월 27일 저녁 전격 경질됐습니다.
올해 두산은 리그 4위를 차지했지만 넥센과 LG를 차례로 제치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삼성에 3승1패로 앞섰다가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무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두산 구단측은 "김 전 감독이 승부에서 결정적인 순간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했다고 구단에서 판단했다"고 해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2007년부터 두산 코치이던 김진욱 감독은 2011년 11월 두산과 3년 사령탑 계약을 맺고 작년에는 리그 3위를 기록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게 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시리즈까지 진출했으나 구단 프런트와 갈등을 빚은 끝에 시리즈가 끝난 지 26일만에 해외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던 감독을 물러나게 한 것입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직후 물러난 사령탑이 물러난 것은 프로야구 32년 사상 7번째입니다. 그동안 일어난 6번의 사례의 배경을 알아보면 이번 두산의 사태는 감독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단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MBC 청룡은 해태 타이거즈에게 1승1무승부4패로 패퇴하자 20일 후 김동엽 감독을 해임했습니다. 사퇴 배경은 성적보다는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시리즈에 진출하면 보너스를 주기로 약속했는데 상여금이 나오지 않자 주장 이해창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선수단 내부에 분란이 일어났습니다. 구단은 감독이 일방적으로 보너스를 약속했다고 감독 책임을 물어 사령탑을 짜른 것입니다.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해태에게 1승4패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삼성 구단은 닷새 후 김영덕 감독 후임으로 박영길 감독을 앉혔는데 이때는 김영덕 감독의 계약 기간 3년이 지났고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아픔이 겹친 것입니다.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LG한테 4전전패로 패했습니다. 삼성은 나흘 후 전격적으로 정동진 감독을 해임했는데 한차례도 이기지 못하고 패한 책임과 당시 가전제품 라이벌 업체로서 그룹 고위층의 아쉬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는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창단 이해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시리즈 사상 최고 명승부로 꼽혔습니다. LG는 이해 리그 4위를 차지하고 시리즈까지 진출해 막강 삼성을 괴롭혔습니다. 대다수 팬들이 LG의 선전을 칭찬했지만 LG 구단 어윤태 사장과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 지원 문제로 평소부터 충돌, 갈등을 빚은 끝에 시리즈가 끝나고 13일 후 김성근 감독은 전격 경질됐습니다. LG는 이후 지난 해까지 10년간 ‘가을 야구’에 오르지 못해 ‘김성근의 저주’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가 삼성에게 4승3무승부2패로 아슬아슬하게 이긴 다음 삼성은 사령탑 김응룡 감독이 물러났습니다. 준우승의 아쉬움보다는 김응룡 감독이 그해 11월 9일 경기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구단 대표에 오르고 수석코치였던 선동렬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SK한테 1승4패로 져 준우승을 차지하자 구단은 선동렬 감독을 2011년 1월 4일 해임, 충격을 주었습니다.  스프링캠프를 준비 중이던 선동렬 감독을 해임 시킨 것은 일방적으로 팀이 패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준우승을 하고도 이처럼 물러난 사례가 분위기 쇄신 등 이유로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두산의 사태는 시리즈 종료 직후 FA(자유계약선수)와 2차 드래프트, 팀간 드래프트  등으로 그동안 두산에 근간을 이루던 선수 열명 가까이가 팀을 떠난 와중에 사령탑마저 잘라 문제가 커질 소지가 큽니다.
이번 파동은 선수 출신인 두산의 김태룡 단장이 동아대 1년 후배인 김진욱 감독과 평소 팀 운영에 갈등을 빚었고 최근 선수들의 이탈 과정에서 충돌한 끝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베테랑 선수 대거 이탈과 사령탑 전격 경질 사태가 발생한 두산이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 지 주목됩니다. 현재는 두산 팬들도 거부 반응이 많고 재일동포 출신의 신임 송일수 감독이 지휘할 선수단 개편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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