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득점생산력으로 뽑은 GG 수상자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1.30 07: 34

2013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후보가 최종 발표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7일 44명의 후보선수들을 발표했는데 투표인단의 투표를 거쳐 오는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KBO는 골든글러브 투표를 공격과 수비, 인지도 3개 기준에 동등한 비중을 두고 후보선수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공격력(투수 제외)이다. 팀 공헌도나 명성이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계량화가 어려운 수비능력은 사실상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공격력만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하면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흔히 확인하는 타율과 타점, 홈런 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OPS는 비율이기 때문에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공헌도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등장한 수치가 득점생산력(Runs Created:RC)이다. 세이버매트릭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 제임스가 고안한 지표인데 타자가 한 해동안 몇 점이나 만들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기본적인 공식은 출루율에 총루타를 곱하는 것이지만, 계속해서 수정이 되어 지금은 도루성공률과 병살타까지 계산식에 포함되어 있다.
득점생산력은 말 그대로 특정 선수가 한 시즌동안 대략 몇 득점을 생산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골든글러브 수상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각 포지션 별 RC 1위부터 3위까지 누가 차지했는지 살펴보자.
▲ 포수 : 강민호(50.9)-양의지(40.1)-정상호(31)
포수 골든글러브 후보는 강민호(롯데)와 진갑용, 이지영(이상 삼성), 양의지(두산) 등이다. KBO는 85경기 이상 포수로 출전한 선수 중 타율 2할3푼을 넘는 선수를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1위는 강민호다. 강민호는 올 한해 부진한 타격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포수 가운데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전체 야수 가운데서는 RC가 40위에 해당한다. 2위는 양의지가 올랐고, 3위는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정상호(SK)였다. 그 밖에 진갑용은 RC 24.7, 이지영은 RC 20.4였다. 오히려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지 못한 차일목(26.9), 허도환(25.42)이 더 높았다.
▲ 1루수 : 박병호(116)-김태균(72.4)-박정권(71.8)
2013 MVP 박병호는 사실상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예약해놓은 상황이다. 박병호의 RC는 116으로 올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단연 1위다. 그 뒤를 이어 김태균(한화)이 72.4, 박정권(SK)이 71.8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골든글러브 후보인 조영훈(NC)은 54.5를 기록했고, 경기 출전수 부족으로 최종후보에 오르지 못한 채태인(삼성)은 RC 70.76을 기록했다.
▲ 2루수 : 정근우(64.5)-오재원(51.4)-안치홍(48.6)
2루수 RC 1,2,3위 가운데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정근우(한화) 뿐이었다. 올해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후보는 정근우와 손주인(LG), 그리고 정훈(롯데)이다. 오재원(두산)은 2루 출장수 미달로, 안치홍(KIA)은 타율 미달로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손주인은 RC 46, 정훈이 42.7을 각각 기록한 가운데 작년 2루 수상자 서건창(넥센)의 RC가 43.17로 오히려 골든글러브 후보 둘보다 높았다.
▲ 3루수 : 최정(100)-박석민(84.1)-정성훈(73.9)
거포들의 집결지인 3루답게 높은 RC를 기록한 선수들이 모여있는 포지션이다. 이 가운데 단연 빛나는 선수는 최정(SK)이다. 최정은 올해 RC 100을 넘긴 세 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박석민(삼성)은 전체 야수들 가운데 RC 6위에 올랐지만, 하필이면 최정과 같은 3루수인 것이 불운이다. 작년에도 박석민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국가대표 3루수 최정에 밀려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었다.
특이점은 3루수 RC 상위 4명이 모두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최정과 박석민에 이어 LG를 4강으로 이끈 정성훈, 그리고 거포의 자질을 보여준 김민성(넥센, 71.1)이 골든글러브를 놓고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 외야수 : 손아섭(103.2)-최형우(97.5)-박용택(85.3)
외야는 최대 격전지로 손꼽힌다. 타이틀 수상자들이 대거 포진해있고, 팀 성적과 개인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선수들도 적지 않다. 후보는 총 14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중 상위 득표자 3명에게 황금장갑이 돌아간다.
1위는 올해 최다안타왕 손아섭(롯데)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와 많은 안타를 치는 게 RC를 높이는 데 유리한데 손아섭은 박병호에 이어 리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손아섭은 안타 뿐만 아니라 도루 36개로 이 부문 2위에 올라 빠른 발까지 뽐냈다.
RC 2위 최형우는 홈런과 타점 2위를 기록했다. 올 한해 삼성 중심타선에서 높은 득점력을 보여주며 팀의 통합 3연패를 이끌었다. 그리고 3위 박용택은 LG를 4강으로 이끌었다.
그 밖에 나지완(KIA)이 RC 82로 외야수 4위, 김현수(두산)가 79.3으로 5위, 민병헌(두산)이 73.4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은 김현수와 민병헌, 그리고 이종욱(68.3, 외야수 8위)까지 더해 최고 수준의 외야수 공격력을 뽐냈다.
▲ 유격수 : 강정호(81.3)-오지환(66.1)-김상수(57.1)
유격수 역시 골든글러브 후보 4명 모두 나란히 RC 1위부터 4위까지 올랐다. 이 중 1위는 단연 강정호(넥센)다. 작년보다 홈런이나 타격 성적이 조금씩 내려갔지만, 유격수 2위인 오지환(LG)보다 RC가 15점이나 앞선다. 즉 강정호가 1년에 오지환보다 15점이나 더 만들어낸 셈이다.
오지환과 김상수(삼성) 모두 유격수 치고 나쁘지 않은 RC를 기록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미래임을 증명했다. 2011년 골든글러브 수상자 이대수(한화)는 RC 46.7로 4위에 올랐다.
▲ 지명타자 : 홍성흔(77.5)-이호준(74.6)-이병규(63.2)
지명타자는 수비성적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공격력이 골든글러브 수상자 선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홈런 20개와 87타점을 기록한 이호준(NC)와 타율 3할4푼8리로 최고령 타격왕에 오른 이병규(LG)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RC는 홍성흔이 가장 높다. 이들 세 명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127경기)에 출전했고, 안타도 140개로 가장 많았다. 이병규는 타격왕에 올랐지만 경기 출장수(98경기)가 적어 RC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cleanupp@osen.co.kr
※ RC 공식 : (2.4C+A)(3C+B)/9C-0.9C
A : 안타+볼넷-도루실패+몸에 맞는 공-병살타
B : 1.125*단타+1.69*2루타+3.02*3루타+3.73*홈런+0.29*(볼넷-고의4구+몸에 맞는 공)+0.492*(희생번트+희생플라이+도루)-0.04*삼진
C : 타수+볼넷+몸에 맞는 공+희생번트+희생플라이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