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이 데뷔 11년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군림해 온 그가 데뷔 10년이 지나서야 처음 받은 여우주연상이라니, 보는 이에게는 반가움과 애틋함이 교차했다.
엄지원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3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시상식에서 영화 '소원'(이준익 감독)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엄지원은 수상 직후 "감사한다. 상을 처음 받아 보니까 눈물이 난다. 다음부턴 열심히 해서 이런 상 받아도 웃으며 받는 쿨한 여배우 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실 배우 엄지원보다 한 사람으로 '소원' 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의미있고 행복했다. '소원'의 메시지를 많은 분들 함께 했으면 좋겠다. 결혼도 출산도 안 해서 도전이었지만, 대표님, 이준익 감독님, 경구 오빠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10년 만의 첫 상이다. 꾸준히 걸어가는 여배우가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시상을 맡은 배장수 영화 평론가는 "미혼의 여배우가 펼쳐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엄지원은 살을 찌우고 분장 하지 않고, 이 여인의 평범한 일상과 감내해야 하는 참혹한 일상을 살아있는 연기로 펼쳐냈다"라고 엄지원에게 상을 준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2년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한 엄지원은 그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굵직한 작품에서 열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영화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엄지원의 이번 수상은 작품이 가진 의미와 배우의 캐릭터에 대한 도전이 함께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그는이번 작품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소원이의 엄마 미희로 분해, 딸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몰입했다. '미모의 여배우'로 손꼽히는 그는 아름다운 외모를 돋보이게 하지 않으려 일부러 화장을 멀리 했고, 체중도 6kg나 불렸다. 여기에 더해 처절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에 힘을 쏟아 보는 이를 몰입시켰다.
큰 상처를 입은 한 가족의 엄마로 연기 변신을 펼친 그는 앞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등극했지만 후보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는 일부 영화팬들의 진한 아쉬음으로 남았다. 하지만 영평상에서 드디어 그 노력을 인정받게 돼 영화팬들에게도 더할나위 없는 반가운 수상이었고, 그렇기에 그의 기쁨의 눈물은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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