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연봉 3억 8000만 원을 받는 선수처럼 뛰는 3800만 원짜리 선수가 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에서 독기와 헝그리 정신이 묻어난다. 종료직전 승리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루즈볼에 몸을 날리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요즘 KT의 야전사령관을 맡고 있는 김우람(25) 이야기다.
부산 KT는 29일 오후 7시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오세근이 복귀한 안양 KGC인삼공사를 78-70으로 눌렀다. 이로써 시즌 11승을 신고한 KT(8패)는 4위를 유지했다.

수훈갑은 53점을 합작한 앤서니 리처드슨(24점, 3점슛 2개)과 아이라 클라크(15점, 4리바운드), 조성민(14점, 3점슛 2개) 트리오였다. 하지만 KT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몫을 다했다. 올 시즌 KT가 뚜렷한 전력보강 없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은 2군 출신 가드 김우람을 칭찬했다. 전 감독은 “김우람이 여름부터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김)현중이, (김)현수가 모두 부상인데 우리가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람이가 해줬기 때문”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런 감독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김우람은 4개를 던진 2점슛을 모두 넣으며 10점을 기록했다. 184cm의 작은 키로 공격리바운드도 악착같이 잡았다.
경기 후 만난 김우람은 “지난 경기서 KGC한테 졌기에 갚아주려고 나왔다.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조)성민이 형에 대한 견제가 장난이 아니다. 너무 쌍포에 의존하면 안 된다. 나머지 선수들이 역이용 했어야 하는데...”라며 반성부터 했다.
지난 여름까지 2군을 전전했던 김우람이 올 시즌 KT의 주전가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평균 8.4점의 공격력은 기대이상이다. 연봉 3800만 원짜리 선수가 3억 원을 받는 이현민(6.2점)보다 득점이 높다. 김우람은 “2군과 1군을 오가며 독기를 품었다. KT에 와서 더 좋은 기회를 얻었다. 1군과 2군의 실력 차는 종이 한 장이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얻느냐다. 내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을 만족시켜 드려야 한다”고 눈에 불을 켰다. 전창진 감독이 죽으라면 정말 죽을 기세다.
물론 김우람은 정상급 가드들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멀었다. 공격성향이 강하지만 패스 길을 볼 줄 모른다. KGC전 김우람은 단 하나의 어시스트도 올리지 못했다.
전창진 감독은 “패스까지 잘하면 억대 연봉을 받아야 한다. 5분도 못 뛰던 선수가 30분 이상을 소화해주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역시 “김우람은 200%를 해주고 있다. 지금처럼만 해주면 된다. 신인 이재도의 합류도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우리가 중상위권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김우람은 “난 공격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팀의 리딩을 맡고 있기에 동료들 찬스를 먼저 보고 내 찬스를 본다. 그래도 요즘 생각보다 어시스트가 안 나와서 고민”이라고 속내를 비췄다. 자기개발을 갈망하는 자는 엄청난 노력 끝에 큰 성취를 얻을 수 있다. 김우람이 지금처럼 성장한다면 억대연봉 선수로 크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jasonseo34@osen.co.kr
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