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와 함께 우리의 청춘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찾는다.
대학입시, 갑작스러운 군 입대와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 스펙사회 속 치열한 취업경쟁, 그리고 상상과는 먼 결혼과 육아까지, 2040 세대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청춘예찬'(감독 최종운)이 그 작품이다.
'청춘예찬'은 95학번이 아메리칸 드림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최종운 감독의 생각이 담긴 영화. 최 감독 또한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95학번 38살의 88만원 세대다. 영화는 한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95학번 88만원 세대의 삶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최 감독이 10여 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11년 귀국해 오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만난 어느 우연한 술자리에서 시작됐다고. 오랜만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자연스레 옛날이야기가 오고갔고 얼큰하게 취한 한 친구가 95학번 88만원 세대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그려보자는 취중발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또 친구들이 돈을 모아 제작비를 마련했기에 '불알친구'라는 뜻을 담아 제작사 이름도 '화란지우'라고 칭했다.
최 감독은 "95학번 88만원 세대들은 카투사를 제대한 친구 하나 정도는 있다, 카투사 출신이 마치 훈장이라도 된 듯 자랑하며 술 취하면 말도 안 되는 어설픈 콩글리시를 해대는 친구들 말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 여성들의 배우자에 대한 경제력 기준이 높아지면서 할 수 없이 동남아 여성들과 다문화 가정을 이룬 친구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미국에서 따 온 학위로 한국 사회에서 실제 이상의 과대평가를 받으며 어울리지 않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친구들도 몇몇쯤은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질투심 어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난한 집안 출신의 친구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어 '창춘예찬'의 주인공 태평과 같이 여기저기서 한국 사회를 보이지 않게 이끌어 가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한국 사회라는 특수한 현실을 바탕으로 가까운 친구나 혹은 먼 친구들의 실제 이야기에 픽션을 가미해 영화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어린 관객들은 경험하지 못한 95학번의 정서를 고스란히 잘 전달한 것에는 주연 배우 김남희의 힘이 컸다. 그는 아직 살아 보지 않은 38년의 세월을 훌륭하게 담아내며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최 감독에 따르면 주인공 캐스팅 과정에서 30대 중반의 배우가 20대를 연기할 것인가, 아니면 20대 배우가 30대를 연기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최 감독은 결국 30대 중후반의 주연 배우들과 20대 중후반의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20대 배우들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태평으로 분할 김남희의 영향이 컸다. 내부적으로 20대 배우가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30대 중후반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에도 3차, 4차를 넘어서는 여러 차례의 오디션 과정을 통해 김남희의 진면목을 발견, 그가 대학생 때의 풋풋함과 30대 중후반의 인생 굴곡을 훌륭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으로 그를 주연으로 발탁하게 됐다.
그런가하면 '청춘예찬'은 조그만 컨테이너 박스에 '화란지우'라는 나무 간판을 내걸고 오디션부터 프로덕션,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장장 8개월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저예산 독립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40회차 촬영이라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것은 참여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노 개런티로 참여, 제작자의 마음으로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그들의 열정과 영화에 대한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만일 영화의 수익이 발생한다면 이들과 함께 그 수익을 나누고 싶다"라고 전했다. 12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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