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는 이미 새로운 소비자의 유형으로 부상했으며 '싱글턴'(singleton)이란 단어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 마디로 트렌드. 이를 재빨리 흡수한 TV 속 예능과 드라마가 각각 이 같은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는 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현재 방송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와 첫 방송에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tvN '식샤를 합시다'가 그 작품들. 키워드는 '공감'.
'나 혼자 산다' - 안 됐다고? 잘 살아요
'나 혼자 산다'는 최근 유행하는 남자 관찰 예능으로 다큐적 성격이 좀 더 강하다. 이성재, 김광규, 데프콘, 양요섭, 전현무, 김용건, 김민준 등 혼자남들의 삶을 지켜본다. 기러기 아빠나 노총각 등 밖에서 봤을 때는 외롭고 안쓰러운 부분도 있는 남자들이지만 은근 깨알 같은 삶에 대한 열정으로 잘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나름 반전의 재미를 준다.

29일 방송에서는 방송인 홍석천이 캄캄한 집으로 들어와서 바로 TV를 켜는 습관에 보는 이들의 격한 공감을 샀다. 이렇듯 TV를 늘 켜 놓는 이유에 대해 그는 "TV라도 안 켜놓고 있으면 죽어있는 집 같다. 외로워서 집에 오면 TV부터 켠다. 프로그램에 다 아는 선후배들이 나오니까 보면서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혼자 사는 이들에게 '내 얘기네'라며 큰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홍석천이 이런 TV오타쿠의 모습에 그쳤다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이날 홍석천은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방송인, 교수, CEO등 다양한 직종으로 알찬 일상을 보내 감탄을 자아냈다. 외로움을 호소하며 촉촉한 눈빛을 보내던 그는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매의 눈으로 바뀌었고, 제자의 성장 모습을 볼 때는 눈에 하트가 달렸다. 즉 외로워도 슬퍼도 어쨌든 혼자서도 일당백 역할을 하며 살고 있는 이 남자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희망을 봤다.
물론 완벽남에 가까운 홍석천과 다르게 혼자서 세탁기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방송인 전현무도 있다. 스스로 오타쿠를 재정의하고 발동작을 따라하며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프콘의 모습은 혼자놀기의 진수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어쨌든 이들에게도 본인들만의 삶과 열정이 있다. 관조하는 카메라 속에서 일면 불쌍해보였던 혼자남들이 가진 희망의 에너지가 꿈틀댄다.
'식샤를 합시다' - 맛있다고? 웃퍼요
빠르게 1인 가구과 유행 코드인 먹방을 접합, 29일 첫 방송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혼자사는 식탐 남녀들의 모습이 웃프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PD가 "단언컨대 보면 배고픈 드라마"라고 말한 것처럼 드라마는 첫 방송에서부터 오감을 자극하는 화면과 소리로 시선을 붙잡았고 금세 '살 찌우는 드라마'라는 귀여운 애칭을 얻었다.
극 중 이수경은 결혼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이혼한 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한 1인가구 3년차 여성. 강아지와 함께 동거 중으로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윤두준은 맛있게 먹는 방법 등 음식에 관해서 모르는 게 없는 9년 차 1인 가구 구대영을 연기한다.
겉으로 보기에 잘 살고 멀쩡한 남녀들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공감은 1인 가구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애착, 그로 인한 애잔함에서 나온다.
이수경은 자신에 대한 투자가 주로 먹는 것이라는 게 함정이라 소개팅에서도 남자가 갑각류 알러지가 있음에도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해물찜을 먹으러 갔고, 구대영은 자신의 오피스텔 옆옆집으로 이사온 윤진이(윤소희)와 중국집 음식을 시켜먹는 과정에서 탕수육의 바삭함을 결고운 프랑스의 파이 조각에, 쫄깃한 자장면의 수타면을 완벽한 4-4-2 시스템이라 칭하며 짜장면계의 홍명보에 비유했다. 둘 다 어떤 의미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이 같은 1인 가구 식탐남녀는 혼자 살아서 더 배고프고,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준다. 겉보기에는 남부럽지 않게 혼자서도 잘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음식에 대한 애착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처연함이 느껴지고, 군침을 돌게 하는 화려한 요리는 일면 소박한 소울푸드를 그립게도 만든다. 옆집에 혼자 살던 여자가 질식사하는 사건 후 뒤숭숭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이수경의 모습이 이 맛나는 요리들과 중첩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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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식샤를 합시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