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응답했다 1994'…해태팬 향수 자극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1.30 16: 51

이제는 선수생활을 마감한지 벌써 2년. 그렇지만 '바람의 아들'은 나이 마흔을 넘기고도 여전히 바람과 함께했다.
이종범은 30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한일 레전드 슈퍼게임' 경기에 유격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종범은 한때 '이종범=유격수'일 정도로 화려한 수비로 명성을 날렸지만, 일본진출 이후 포지션을 외야수로 전향해 2012년 은퇴 전까지 쭉 외야수로 뛰었다.
이종범은 한국에서 쭉 '타이거스 맨'이었지만 유격수 이종범은 해태 시절에만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유격수로 돌아온 이종범을 보고 옛 해태팬들이 그리움을 느낀 건 당연했다.

이날 이종범은 5타수 1안타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단순히 안타 하나만 기록한 게 아니었다. 1회초 이종범은 선두타자로 등장, 일본 선발 다카쓰 신고를 상대로 깔끔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 이종범은 곧바로 2루를 훔쳤고, 2번 이정훈의 짧은 3루땅볼 때 재치있게 3루까지 갔다. 곧이어 3번 박재홍이 외야로 공을 띄우자 이종범은 가볍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어디서 많이 보던 득점 장면이다. 바로 이종범이 뛰던 당시 해태의 주요 득점루트였기 때문이다. 1번타자 이종범이 출루하면 곧바로 2루를 훔치고, 2번타자가 3루까지 주자를 보내면 3,4번타자가 어떻게든 이종범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때문에 당시에는 '이종범이 나가면 1점'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한 이종범의 능력이 가장 빛났던 해는 1994년이다. 당시 이종범은 타율 3할9푼3리 19홈런 84도루 77타점 113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단일시즌 도루 최다기록이자 역대 타율 2위, 역대 최다안타 1위(196안타)에 해당한다. 비록 그 해 해태는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종범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성적을 올린 야수였다.
이종범이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민첩한 수비를 보여주고, 거침없이 2루를 훔치는 모습은 야구팬들로 하여금 1994년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제 불혹을 넘어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이날 이종범은 팬들에게 여전히 '바람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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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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