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친선도모를 위해 하는 경기 아닌가. 그저 다치는 선수만 없었으면 좋겠다."
한일 레전드 슈퍼게임을 앞둔 30일 문학구장. 이날 한국팀 선발투수로 예정된 송진우는 "오늘 경기는 승패보다는 한일 양국의 친선도모가 우선 아니냐. 다치는 선수없이 경기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송진우는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이 합숙훈련을 하는 등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걱정했고, 이날 대표팀 감독을 맡은 선동렬 감독도 "일본팀은 주로 젊은선수 위주로 짜여졌다. 작년 대회에서 일본이 우리에 0-5로 지고나서 이를 갈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그라운드를 떠난 지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결코 방심하는 법없이 최선을 다해 플레이했다. 호수비는 기본이고 도루와 다이빙캐치, 히트 앤 런 적전, 전력질주, 더블스틸 등 다채로운 작전이 총출동했다.
일본은 비록 3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유격수 무라카미의 수비가 좋았다. 특히 머리위로 넘어가는 공을 중견수 앞까지 따라가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는 장면은 현역선수도 보여주기 힘든 고급수비였다.
또한 일본팀 외야수는 페이크수비까지 했다. 6회 1사 1,2루에서 최태원이 우익수 앞 짧은 안타를 쳤는데 이때 일본 우익수 다나카는 공을 잡을 수 없는 위치였음에도 글러브를 들어 포구하는 척 몸짓을 했다. 이걸 보고 2루에 있던 마해영은 홈에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춰서야 했다. 이미 은퇴를 했지만 몸에 습관처럼 배어있었기에 가능한 수비였다.
한국팀은 여러 작전으로 맞섰다. 히트 앤 런 작전은 심심치않게 나왔고, 8회 1사 1,3루에서는 1루에 있던 김재걸이 2루를 훔치는 사이 3루주자 최태원이 홈 가까이까지 움직이며 득점을 엿봤다. 그리고 양준혁은 8회 선두타자로 등장, 유격수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를 해 상대 실책을 유도해냈다.
한국팀 선수들은 대다수가 현재 코칭스태프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은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것처럼 공 하나하나,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최선을 다했다.
백미는 9회 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왔다. 5-6으로 뒤진 한국은 9회말 무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마해영이 일본 내야 전진수비에 걸려 2루땅볼로 물러난 가운데 양준혁이 다시 2루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이때 3루에 있던 최익성은 홈을 파고들었지만 일본 포수 죠즈메는 완벽한 블로킹으로 한국의 득점을 막았다. 최익성 역시 몸을 아끼지 않는 슬라이딩을 했지만 블로킹을 뚫지 못했다.
경기는 한국이 5-6으로 패한 채 끝났다. 한국과 일본 양국 선수들은 그들이 왜 '전설'인지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
cleanupp@osen.co.kr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