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김유정이 오열연기의 끝판왕이 될 기세다. 그의 큰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거나 주르륵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절로 아프게 한다.
30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극본 손영목, 연출 강대선 이재진)는 한 마디로 음모와 오열의 뒤범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극 중 김일원(김태준 분)이 숨을 거두며 김백원(김유정)을 비롯한 가족들이 쉴 새없이 눈물을 흘렸고 여기저기서 죄책감과 슬픔에 몸부림치는 오열이 터져나왔다.
이날 방송에서 아버지 김한주(김상중 분)는 아들 김만원(서영주 분)의 밀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창고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창고에 다섯째 아들 일원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한주가 일원을 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병원에 간 일원은 치료비와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병원에 방치 돼 서서히 죽어갔다.
결국 서진기(조민기 분)에게 병원비를 빌리는 대신 금괴 밀수 혐의를 홀로 뒤집어 쓴 한주의 노력이 무색하게시리 일원은 어린 나이게 눈을 감게됐다.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등 어린 나이임에도 마음에 상처가 많은 일원이었기에 백원과 아버지의 마음은 찢어졌고 애청자들의 눈시울 역시 붉어졌다.
특히 백원의 보살핌 속에 병원 침대에서 살짝 눈을 뜬 일원은 "꿈에서 엄마봤어. 거기 누나도 있었어"라며 "저기 무지개가 보여"라고 말한 후 곧바로 눈을 감았다. 저절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장면이었다.
아버지는 악인들의 음모로 인해 죄를 뒤집어 쓴 채 감옥에 가고, 그 과정에서 동생이 죽고, 또 그런 아버지에게 면회를 갔더니 아버지는 "이제 나는 너희들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다"라며 딸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백원의 마음은 찢어지기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날 많은 신에서 백원으로 분한 김유정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아역 연기자임에도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감정선이 살아있는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다. 아버지가 죄를 뒤집어 쓴 게 억울해 흘리는 눈물, 어린 동생이 떠난 슬픔의 눈물, 죄책감의 눈물, 반가움과 탄식이 뒤섞인 눈물 등 각 장면 상황에 따라 눈물도 여러 종류였다. 김유정은 이런 여러 가지 섬세한 감정들을 눈물과 함께 표현하는 감성 연기를 선보여 몰입도를 높였다.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드라마 자체적으로 등장 인물들이 너무 울어 보기 지친다는 반응도. 가슴 저리는 눈물연기도, 통속극의 전형인 것도 좋지만 선악 구도 속 지나친 눈물바다가 갑갑하다는 평도 있다. "왜 백원에게 계속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지" "역대 최고 슬픈 드라마"라는 웃픈 반응도 있다.
어쨌든 일원의 죽음, 아버지 한주의 감옥행으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든 이 드라마는 성인 연기자로의 변화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검증받은 배우가 된 김유정에서 유이로의 변신도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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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무지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