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 속에서든, 밖에서든 이지아의 모습을 웃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보기가 힘들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딸 정슬기(김지영 분)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사실을 알고 상심에 빠진 오은수(이지아 분)의 모습을 담았다. 은수는 슬기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 시댁에 말하고 특별휴가까지 받아왔으나, 슬기는 "재미가 없으니 얼른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해 그를 아프게 했다.
은수는 평범한 가정생활을 꿈꿨다. 정태원(송창의 분)과 결혼했으나 표독스러운 시어머니 최 여사(김용림 분)의 등쌀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했다. 이후 재벌가 아들 김준구(하석진 분)을 만나 재혼했으나 슬기와는 따로 살아야했다.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언젠가는 슬기를 데려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슬기는 이제 엄마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큰 상처를 냈다.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고 여기고 먼저 마음을 접기로 결심한 것. 은수에게 "좋아하면 보고싶은데 못 보면 슬프니까 빨리 아기 낳아서 걔랑 놀아"라며 고집을 부렸다.
딸과 관계가 어긋난 은수는 앞으로 준구와도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준구는 톱스타 이다미(장희진 분)과 밀애를 즐기는 관계였다. 재혼을 하면서 그와의 관계도 정리했지만 최근 다미가 집착적으로 연락을 하고 자살 시도까지 하면서 문제가 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암시하는 익명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준구 가(家)는 비상이 걸렸다. 은수만 제외하고는 준구와 다미의 관계를 알고 있는 만큼 사전에 이를 덮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날 은수가 준구의 재킷 주머니에서 다미의 약통을 발견함에 따라 사건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곤란에 빠진 은수와 마찬가지로 이지아는 드라마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지아는 지난 9일 '세번 결혼하는 여자'가 첫 방송된 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예전과 비교할 때 확 달라진 외모 때문. 약 3주 정도가 흐르면 원래 얼굴을 되찾고 연기력이 눈에 보일 것이라고 소속사 관계자들은 자신했으나, 아직까지 '이지아'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느끼긴 힘들다.
이지아는 은수라는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이고 발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엄지원을 비롯해, 김용림, 김정난, 장희진, 김용림, 강부자 등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호연에 가려진 인상을 주고 있다. 은수는 극의 중심에 서서 가장 아파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임에도 이지아의 감정은 날카롭지도 상처투성이도 아닌 보호막에 쌓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앞서 이지아는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나도 꽃', '베토벤 바이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에 쉼없이 출연하며 입지를 굳혔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지아의 이미지는 다양했다. 그만큼 그가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의미. 또 김수현 작가의 선택을 받았을 정도로 내공이 있다. '아직' 극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으나, 언제든 그의 진가가 발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이지아가 맡은 은수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재벌가 아들과 재혼한 여자다. 생이별한 나이 어린 딸 때문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남편과 시어른 앞에서는 발랄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만점 며느리이자 아내다. 이런 은수가 앞으로 여러 갈등에 놓이면서 조금씩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지, 또 이를 통해 고뇌의 깊이, 인생의 무게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평범한 집안의 두 자매를 통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부모세대와는 또 다른 결혼관과 달라진 결혼의 의미, 나아가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겨 보는 드라마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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