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시절에는 수비에서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가 다른 또래의 선수처럼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땀은 김현수(25, 두산)를 배신하지 않았다. 남몰래 흘린 땀방울은 최고 수비수 중 하나라는 값진 타이틀로 돌아왔다.
김현수는 29일 케이블 스포츠 전문채널 SBS ESPN이 주최하고 세계 1위 시큐리티 전문기업 ADT캡스가 후원하는 ‘ADT캡스플레이어 2013’ 시상식에 참여해 외야수 부문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ADT캡스플레이어’는 시즌 동안의 수비성공과 수비실패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매일 프로야구 경기 중 호수비로 선정된 ‘ADT캡스 플레이’ 횟수를 반영한 점수다. 그간 수비 지표만을 따져 상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 그 초대 수상의 영예 중 하나가 김현수에게 돌아간 것이다.
그간 김현수는 타격의 이미지가 강했다. 2008년과 3할5푼9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왕에 오른 이래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통산 타율이 3할1푼6리에 이른다. 두 자릿수 홈런도 네 차례(2009·2010·2011·2013)나 기록하는 등 이제는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갖춘 선수로 성장 중이다. 그래서 수비의 이미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수비 능력에서도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프로 입단 초기까지만 해도 수비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김현수다. 하지만 나날이 수비 실력이 늘어가면서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 수비수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정확한 위치선정은 물론, 펜스 플레이와 강한 어깨를 이용한 어시스트 능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중 많은 호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기도 했다.
이번 수상은 그런 김현수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정작 스스로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시상식 후 김현수는 “좌익수 중 기록이 좋은 선수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뿌듯함은 감추지 않았다. 김현수는 “프로 입단 전에는 좌익수보다는 1루수로 더 많이 뛰었다. 1루수 때는 수비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좌익수로도 상을 받았다”라며 미소지었다.
상을 받은 김현수는 두 명의 은사에게 공을 돌렸다. 김현수는 “김민호 코치님, 그리고 이철성 코치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두 코치님의 가르침 덕분에 수비가 향상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수비는 선천적인 재능도 중요하지만 노력으로 완성된다. 그렇게 노력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고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두 지도자 덕에 지금 자신의 수비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현수의 시선은 자신의 노력보다는 그 노력을 있게 만들어 준 두 명의 인물로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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