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열흘 만에 또 오심’ 프로농구, 오심이 경기 일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2.01 08: 18

언제까지 ‘오심이 경기의 일부’라는 무책임한 소리만 할 것인가. 프로농구에서 또 오심이 나왔다.
울산 모비스는 30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삼성을 83-76으로 꺾었다. 결과적으로 모비스가 이겼기에 뒷말이 없었을 뿐 오심이 승부의 향방을 통째로 바꿀 뻔했다.
▲ 규정에 얽매여 잡아내지 못한 오심

사건은 연장전 종료 3분 22초를 남기고 발생했다. 74-76으로 뒤진 삼성의 외국선수 마이클 더니건이 회심의 투핸드 슬램덩크를 시도했다. 그런데 몸무게를 실어 림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공이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4파울이었던 수비자 로드 벤슨은 파울을 의식해 별다른 제지 없이 슛을 허용했다. 
그런데 멀리 사이드라인에 서있던 박범재 부심은 벤슨의 수비자파울을 지적했다. 그것도 덩크실패 후 약 1초의 시간이 흐른 뒤 늦게 파울을 불었다. 벤슨은 심판에게 황당한 표정을 지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코트를 가로질러 방방 뛰었다. 화를 삭이지 못한 벤슨은 헤드밴드를 집어던지고 현수막에 주먹을 날리는 일대 소란을 피운 뒤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심판은 벤슨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모비스 골밑의 핵심인 벤슨의 퇴장과 개인파울 및 테크니컬 파울로 인한 자유투 3구는 충분히 승패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이에 더욱 신중한 판정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정작 가장 가까운 골밑에서 목격한 장준혁 심판은 파울을 불지 않았다. 심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 것.
선수출신 박범재 심판은 흥분한 유재학 감독을 피하기 바빴다. 직접 콜을 불지도 않은 장준혁 심판이 유 감독을 달랬다. 판정이 떳떳했다면 설명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또 판정에 자신이 없었을 경우 3심이 모여 합의를 했다면 더 매끄러웠을 장면이었다.
곧바로 방송된 중계방송 화면에는 벤슨과 더니건의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장면이 명백하게 잡혔다. 해설진들도 아쉬움을 표할 정도였다. 명백한 오심이지만 현장에서 심판들은 잡아내지 못했다. 농구 팬들도 다 아는 사실을 정작 심판들이 모르고 넘어간다면 과연 판정에 권위와 신뢰가 실릴 수 있을까.
왜 심판들은 비디오판독을 하지 않았을까. 이유가 있다. KBL규정 제 13장 비디오판독 규정을 보면 ‘ 비디오 판독은 4쿼터 종료 및 매연장전 종료 2분전 동안 심판 3심의 협의 후에도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고 되어있다. 또 개인파울여부는 비디오판독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연장전 종료 3분 21초를 남기고 벌어진 벤슨의 파울장면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규정에 얽매여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오심을 놓쳤다는 것은 팬들에게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수 억 원을 투자해 들여놓은 판독장비를 정작 중요한 순간에 쓸 수 없다면 도입한 의미가 없다.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바꾸면 된다. 그런데 KBL은 항상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
 
▲ 반복되는 오심, 언제까지 책임회피만?
불과 지난 4월 SK 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종료직전에 결정적 터치아웃 오심이 나왔었다. 3심이 모여 중계방송 화면만 제대로 봤다면 막을 수 있는 오심이었다. 또 지난 20일 SK 대 오리온스전 막판 두 개의 결정적 오심이 나왔다. 이후 열흘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KBL은 해당 심판들을 징계하고 오리온스의 재경기 요청을 거부했다. 하지만 뚜렷한 오심 재발 방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헐리웃 액션'으로 오심의 빌미를 제공한 변기훈에 대한 징계도 미뤄지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변기훈은 2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최근 KBL은 ‘변기훈 사건’ 이후 10개 구단 감독들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헐리웃 액션(Flopping) 적용을 강화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적용할 것인지, 또 사후처벌이 어떻게 강화되는지 등의 내용은 전혀 없었다. 바뀐 기준을 감독들에게만 비공식적으로 통보하고 대중과 언론에 알리지 않는 KBL의 ‘밀실행정’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모 구단 감독은 “KBL에서 전화를 받았다. 헐리웃 액션 처벌은 원래 규정에 있던 내용이다. 심판들이 잘 하면 될 일을 선수들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KBL은 항상 뭔가 사건이 터지면 그제야 주먹구구식으로 대응을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판은 기계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오심은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도개선으로 잡을 수 있는 오심은 최대한 잡아야 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은 ‘머리카락도 냉면의 일부’라는 요리사의 변명과 다르지 않다. KBL은 농구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판정이 나오는 경기를 해야 한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흥행 먼저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jasonseo34@osen.co.kr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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