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인천 "오승환, '한국인' 드러내지 말아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2.01 06: 35

"한국인이라는 건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다들 알아준다. 팀의 일원이 되는 게 먼저다."
백인천 전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일본 프로야구 타이틀을 따낸 대선수 출신이다. 1975년 다이헤이요 라이온스(현 세이부)에서 타율 3할1푼9리로 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는데 2012년 이대호가 타점왕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유일한 한국인 타이틀홀더였다.
지난달 3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슈퍼게임'을 맞아 대회에 참가한 백 전 감독은 오승환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그는 오승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술적인 능력은 전혀 문제가 없다. 적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백 감독은 오승환에게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앞세우기보다 한신의 일원이 돼야한다. 일본인처럼 하라는 게 아니라 팀원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오승환은 굳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아도 주위에서는 다 안다"면서 "억지로 드러내려고 하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신의 선수가 돼라"고 주문했다.
또한 백 감독은 "일본은 한국과 기후가 다르다. 일본어도 빨리 배워야 하고, 날씨도 한국과 달리 습하다.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날씨같은)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까지 컨트롤하고 적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전 감독이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말라고 말한 건 일본야구를 오랜 시간동안 경험했었기에 가능한 조언이다. 그는 196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헤이 플라이어즈(현 닛폰햄)에 입단, 활약을 펼쳤고 1981년까지 활약했다.
20년 동안 일본에서 뛰며 백 감독은 통산 1831안타와 209홈런, 212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선수였다. 지금은 일본에서 활약한 한국선수가 많지만, 당시 백 전 감독은 선구자로서 숱한 차별을 이겨내야 했다. 그러한 과정을 모두 겪어가며 일본에서 성공했기에 오승환에게도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말라'는 조언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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