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아닌 쇼(Show)였다. 이대성이 덩크슛을 실패하는 것을 보면 쇼다.”
유재학(50) 모비스 감독이 신인가드 이대성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껄껄 웃었다. 모비스는 30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삼성을 83-76으로 잡았다. 13승 6패의 모비스는 창원 LG와 함께 공동 2위를 지켰다.
양동근의 부상을 틈타 주전가드로 자리를 굳힌 이대성은 16점,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그런데 승부가 결정된 종료직전 골대로 달려든 이대성은 덩크슛을 시도했다. 점프가 모자랐는지 공이 림에 맞고 튕겨 나왔다. 관중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재차 리바운드를 잡은 이대성은 멋쩍게 골밑슛을 넣었다. 승패와 상관 없었지만 관중들에게 멋진 장면을 선사하려는 프로의식의 발동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깨지고 넘어져도 들이대는 이대성의 농구에 합격점을 주고 있다. 이대성은 골밑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마이클 더니건에게 블록슛을 얻어맞고 코트에 대자로 뻗었다. 굴욕이었다. 그래도 신인답게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코트를 누볐다.
유 감독은 “경기 끝나고 (이대성에게) 수비만 조금 이야기했다. 치고 들어가서 블록슛을 당하는 건 이야기 안 한다. 왜 덩크를 하냐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실패는) 지쳐서 그렇다. 자기가 지쳤는지도 모르고 뛰더라”며 웃었다. 투박하지만 이것저것 해보는 신인이 대견했던 모양이다.
이대성의 대답도 걸작이다. 왜 무모하게 들어가 블록슛을 맞았냐고 묻자 “블록슛 당할 것을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한 번 수비수를 붙이고 들어가 파울을 얻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들어갔다”는 것. 덩크슛 실패에 대해서는 “올 시즌 세 번이나 실패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년에나 성공하려나...”면서 창피해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몸 접촉을 싫어한다. 수비수가 앞에 있으면 피해서 넣으려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농구를 배운 이대성은 생각이 다르다. 몸싸움을 하면서 밀고 들어가 추가 자유투까지 얻으려는 계산을 한다. 190cm의 탄탄한 체구를 가진 가드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유재학 감독도 이대성의 이런 점을 좋아한다. 그는 “대성이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유형의 가드다. 우리나라에서 페이크가 아니라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들어갈 수 있는 가드는 대성이 뿐이다. 대성이가 기술이 좋고 순발력과 파워도 있다. 또 성실한 선수다. 앞으로 국가대표까지 뽑힐 수 있다고 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인에게 엄격한 유 감독이기에 더 이례적인 칭찬이다.
물론 이대성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많다. 그런데 지도자도 가르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선수다. 유재학 감독은 “우리 팀 파울갯수도 모르고 농구하는 애가 무슨 포인트가드겠나. 밀고 당기는 완급조절을 못한다. 경기경험이 없다보니 이야기를 해줘야 감이 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재학 감독에게 시도 때도 없이 혼나는 이대성이다.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출신 김동광 삼성 감독도 “이대성은 드리블이 좋고 스피드가 빠르다. 대기만성형 선수다. 하지만 이대성 혼자 득점을 하면 하나도 안 무섭다. 동료들을 살려주기 시작하면 정말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대성은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프로무대에 섰다. 하지만 데뷔시즌을 반도 치르기 전에 전체 2~3순위 슈퍼루키 김민구, 두경민과 비교되는 선수로 올라섰다. 유재학 감독은 “김민구는 1번이 아니지만 대성이는 1번”이라며 둘을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이어 두경민에 대해 “대성이랑 똑같은 경우다. 경기를 뛰게 하면서 다듬어야 한다. 신인이 뭘 알겠나. 한 번에 너무 많이 가르치면 못 알아듣는다”고 평했다.
유재학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이대성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이대성은 “(함)지훈이 형과 연습 때 호흡이 잘 맞는다. 그런데 경기에서 좀 어긋나 지훈이 형이 나 때문에 부진했다”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먼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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