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은 언젠가 팀을 떠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베테랑들의 이적 등으로 1000타석 정도의 공백이 생겼다. 이를 젊은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 메워주길 바란다”.
새로운 감독. 갑작스러운 전임 감독의 경질과 함께 교체가 단행되었다. 그리고 새 감독은 자신이 펼치고 싶은 야구에 대해 공언했다. 남은 것은 다음 시즌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송일수(일본명 이시야마 가즈히데)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1일 팬들과의 환담회인 곰들의 모임 개최에 앞서 오전 10시경 송 감독의 첫 번째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재일교포인 송 감독은 통역 직원의 도움에 따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고 모든 대답을 일본어로 소화했다. 엄밀히 따지면 송 감독은 긴테쓰 입단을 위해 일본으로 귀화, 국적상으로 따지면 일본인 감독이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 이은 두 번째 한국프로야구 외국인 감독이다.

“투구를 비롯해 수비에 중점을 둔 최소실점의 야구를 추구한다. 이기는 야구를 펼치겠다”라고 공표한 송 감독. 아직 그의 야구는 베일에 싸여있는 가운데 올 시즌 송 감독이 두산 퓨처스팀을 이끌면서 올린 성과는 무엇인가. 아직은 무엇이라 장담하기 힘들다. 두산 퓨처스팀은 올 시즌 92경기 40승2무50패를 기록, 북부리그 4위를 기록했다.
“선수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라며 올해 퓨처스리그 자신의 한 시즌을 돌아본 송 감독. 사실 두산 퓨처스팀의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전반기 신고선수 출신 유창준이 1선발로 활약하고 지난해 6라운드 신인이었으나 신고선수로 변경된 제구 투수 박민정이 뒷문을 맡으며 전반기에는 꽤 순항했다. 시즌 초반 1군에 오르지 못했던 오재일과 이원석, 최주환이 퓨처스팀 상위 타선을 맡으며 파괴력을 발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1군급 야수들의 콜업에 이어 투수진의 난조 현상이 일어났고 퓨처스팀 2루-유격수 자원이 잇달아 부상 등으로 인해 전열 이탈했다. 그로 인해 포수 출신인 좌타 거포 유망주 김재환이 유격수로도 나서고 외야수 박건우가 2루수로도 서는 포지션 파괴 현상이 일어났다. 선수가 없는 고육지책으로 나온 전략이었으나 결국 수비 불안 현상으로 인해 대량실점 케이스가 많아졌다.
두산 퓨처스팀의 올 시즌 팀 실점은 526점에 자책점 481점. 편차가 45점에 달했는데 이는 대체로 후반기에 몰렸다. 선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유망주를 키우기 위해 밀어붙이는 전략을 썼다는 것이 송 감독의 해명이었으나 초반부터 아웃을 감수하고 번트를 대는 전략 등을 고수했다는 평이 많았다. 타 팀의 한 퓨처스팀 관계자는 “감독의 전략 구사에 있어 알게 모르게 꽤 마찰이 있었다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수단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우선시된다. 선수들은 대체로 팬들과의 환담회인 만큼 웃는 모습으로 팬들을 맞고자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 마무리훈련 참가자의 경우 불과 5일 전까지 함께 했던 감독이 갑작스럽게 바뀐 후 치르는 행사를 온전히 편하게 치를 수 있을까. 이에 앞서 베테랑들 대부분이 FA와 2차 드래프트, 방출의 형태로 줄줄이 팀을 떠났다.
게다가 감독 교체까지 겹친 후 나흘 만에 팬들과의 환담회를 갖는 것은 사실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황망한 상황에서 송 감독이 어떻게 팀을 추스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송 감독은 “코칭스태프 전원과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사실 송 감독의 인맥은 국내 야구계에서 좁은 편이다.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기존 코칭스태프의 이탈 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결정된 부분이 없다. 일본인 지도자를 수혈하거나 아니면 또다시 프런트가 나서서 외부 코칭스태프를 수혈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풀이 충족한 상황에서 송 감독의 야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다음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송 감독의 야구는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시선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송 감독은 “우리 투수진은 약하지 않다. 스프링캠프 등을 거치며 선수들의 특성을 주도면밀히 파악해 보완점을 메워 팀을 운용하겠다”라는 뜻을 밝혔으나 아직 모르는 일이다. 야구는 생각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고 하지만 이는 새로운 감독이 팀을 얼마나 잘 장악하고 선수를 품고 때로는 질책하는 리더십을 보여줬을 때 좋은 야구가 나오는 법이다.
다음 시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새 감독에게는 칭송의 말이 쏟아질 것이다. 야구는 냉정히 따졌을 때 결과론으로 평가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도 어떻게 보면 과정론에 결과론까지 겹쳐 결정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두산은 ‘만약’이라는 부호가 너무 많아졌다. 만약이라는 접두어는 물음표를 동반한다. 감독부터 물음표이고 “언젠가는 떠날 선수”라는 베테랑들도 대부분이 떠났다. 선수단을 다잡고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 검증 과정, 그리고 신임 감독의 감독으로서 전략 검증. 물음표는 '프런트 야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시즌 개막, 그리고 시즌 종료시까지도 계속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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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