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신토불이 축구로 값진 더블(2개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포항은 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 시즌 최종전서 종료 직전 김원일이 극적인 골을 터트리며 울산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포항은 승점 74점을 기록하며 2위 울산(승점 73)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은 지난 2007년 이후 6년 만에 K리그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1986년, 1988년, 1992년, 2007년에 이어 통산 5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더블의 꿈도 이뤘다. 지난달 전북 현대를 물리치고 FA컵 2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K리그 왕좌를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포항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만 시즌을 꾸렸다. 전력의 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으니 걱정이 앞섰다. 우려는 기우였다. FC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를 빗대 '스틸타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FA컵과 K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날 경기는 울산이 조금 더 유리한 형국이었다. 승점 2점을 앞서 있어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했다. 반면 포항은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포항은 좌측 풀백에 구멍이 생겼다. 김대호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데다가 백업 멤버들도 모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멀티 플레이어 김재성이 공백을 메웠다. '캡틴' 황지수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5연승을 구가 중이던 포항은 거칠 것이 없었다. 안방호랑이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울산을 상대로 본연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유의 '스틸타카'를 펼치며 울산을 옥죄었다.
후반 들어서는 완벽히 주도권을 잡았다. 장신 공격수 박성호와 포항의 메시 조찬호, 발 빠른 신영준이 투입되며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열리지 않던 울산의 골문을 김원일이 박성호의 도움을 받아 종료 직전 극적으로 열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포항의 더블은 K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파로만 호성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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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