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이 열광할만한 짜릿하고 극적인 반전드라마가 쓰여졌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울산이 아니었다.
울산은 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 시즌 최종전서 종료 직전 신영준의 극적인 골로 포항에 0-1 패배를 당했다. 이날 경기서 무승부만 거둬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포항의 파상공세에 밀려 후반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울산은 이날 경기서 무승부만 거둬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울산에도 변수가 있었다. 주포 김신욱과 하피냐가 지난 부산전서 경고 1장씩을 받아 경고누적으로 포항전 출전이 불가능한 것. 김신욱-하피냐의 공백에 까이끼마저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울산은 한상운 원톱에 김승용-호베르또-김용태의 2선을 가동하며 '이 없으면 잇몸'으로 나섰다.

하지만 김 감독의 우려대로 경기 감각이 떨어진 호베르또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후반 포항이 승부수로 박성호와 조찬호를 연달아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정신없이 밀어붙이는 파상공세 속에서 울산은 풍전등화처럼 흔들렸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원일에게 극적 결승골을 내주며 우승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누구나 울산의 우승을 의심치 않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펼쳐진 극적인 반전드라마에 원정 서포터석을 가득 채운 포항팬들은 열광했다. 뜨거운 열기의 동해안 더비답게 물병이 날아들고 야유와 함성이 군데군데 섞였지만, 이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이날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울산은 자신들이 자랑하던 안방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다시 한 번 내주고 말았다. 리그 최다 준우승(6회)의 기록에 또 한 번의 준우승을 더하게 된 울산은 눈물을 삼키고 다음 해를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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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