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포항은 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 시즌 최종전서 종료 직전 신영준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울산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포항은 승점 74점을 기록하며 2위 울산(승점 73)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됐다.
FA컵에 이어 더블을 달성한 황선홍 감독은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다. 믿기지 않는 일이 생긴 것 같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멀리까지 와준 팬분들, 포항 사랑해준 모든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우승의 원동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황 감독은 "우리가 내세울 것은 팀 정신뿐이다. 조직력을 내세워 싸울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앞으로 더 좋은 축구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선수-감독 인생의 첫 우승을 차지한 기쁨에 대해서는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95년 챔프전 준우승은 해봤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처음했다"며 "FA컵 우승했을 때랑 비슷한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지나고 나면 이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극적인 승리였다. 포항에 남아있는 경우의 수는 오직 승리뿐이었다. 황 감독은 "준비를 두 가지 했다. 전반에 선제골을 넣으면 제로톱으로 패스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울산이 잘 안끌려나오더라. 밀집수비에 막혀 어려움이 좀 있었다"며 "원래 후반 25분쯤에 투톱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승부수를 빨리 띄우는 편이 낫다 싶었다"고 박성호와 조찬호를 교체한 이유를 설명했다.
후반 추가시간으로 4분을 받은 황 감독은 그 순간 혹시나하는 기대를 품었다. "추가시간 4분 줬을 때 혹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리고 골이 들어갔을 때는 정말 이런게 기적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는 황 감독은 "사실 지금 얼떨떨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일 신문에 잔뜩 기사가 난 걸 보면 모를까 지금은 정신이 없다. 너무 극적이고 너무 갑작스러웠다. 하지만 굉장히 감동적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좋은 축구를 목표로 했던 황 감독은 "성적 뿐만 아니라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했다. 우리 선수들과 약속한 부분들을 충분히 지킨 것 같다"며 "나도 그렇고 보시는 분들도 만족스럽지 않을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우리가 가고자하는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며 우승으로 마무리한 올 시즌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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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