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부산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러웠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
롯데는 이번 2차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심수창(32)을 지명했다. 4선발까지 퍼즐을 맞춘 롯데는 심수창이 5선발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넥센에서 재도약을 꿈꾸며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던 심수창은 마침 롯데 마무리캠프도 가고시마에 차려져있었기에 곧바로 일본 현지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심수창은 "프로 역사상 (마무리캠프에서 이적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나를 구단이 필요로하니 기뻤다"고 롯데 이적 소감을 밝혔다.

올해 심수창은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딱히 부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공을 던지지 못했고, 결국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해 롯데로 팀을 옮기기에 이르렀다.
심수창은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2군에서 1년을 보냈는데 의욕도 많이 잃어버렸다. 내년 활약을 다짐하며 염경엽 감독님과 상담 후 가고시마 캠프에서 새출발을 했는데 갑자기 롯데로 이적하게 됐다"며 웃었다. 염 감독은 심수창의 롯데 이적을 놓고 "공이 많이 좋아졌는데 아쉽다"고 했고, 김시진 감독은 "가고시마에서 보니 심수창의 공이 제일 좋더다. 내년 기대가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었다.
한 때는 10승투수였던 심수창이었지만 최근 2년 부진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많이 잊혀졌던 게 사실이다. 심수창은 "내 존재감이 많이 없어진 것이 힘들었다. 그런데 2차 드래프트를 계기로 내 이름 석 자가 다시 알려지게 돼 기분이 좋았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걸 안다. 1군에 어떤 보직이라도 붙어있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이 끝나고 심수창은 개명을 했다. 한글은 같지만, '창'자를 '밝을 창(昶)'에서 '창성할 창(昌)'으로 바꿨다. 심수창은 "예전부터 어머니가 계속 개명 이야기를 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걸 믿지 않아서 거절해왔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그럼 한자라도 바꿔보자'라고 하셨고, 그래서 이름을 바꿨는데 곧바로 롯데에 오게 됐다. 이름을 바꾼 덕분이 아닌가 싶다"라며 웃었다.
갑자기 팀을 옮긴 심수창이지만 롯데에 친한 선후배가 있기에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배 형이 롯데 이적 발표가 나고 제일 먼저 전화를 했다. 배명고등학교 1년 선배인데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더라. 롯데가 2차 드래프트에 성공한 팀이라 나한테도 많이 기대할 것 같다. 거기에 걸맞게 야구를 하려고 한다. 실패라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다."
심수창에게 롯데라는 팀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을까. 그는 "일단은 부러운 팀이었다. 야구를 사랑하는 도시인데 저렇게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들은 어떤 기분일까 싶어서 유독 부산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취재진이 '그 만큼 못했을 때 강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자 심수창은 "18연패 할 때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안 무섭다. 마침 롯데를 상대로 연패를 끊었었는데, 이번에 팀을 옮기면서 인연이라는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심수창은 "내게 많은 기회를 주신 김시진 감독님, 정민태 코치님과 다시 만나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넥센에서 야구를 못한 건 모두 내 탓이다. 롯데에서는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cleanupp@osen.co.kr
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