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에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고 있어 주말극 1위 위엄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뜬금 없는 캐릭터의 변화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이 시청자의 원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남형(최재웅 분)에 납치된 호박(이태란 분), 세달(오만석 분)의 모습과 함께 다시 사이가 급격히 좋아진 앙금(김해숙 분)과 민중(조성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대세(이병준 분)의 며느리 오디션까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됐다.
호박은 아버지인 왕봉(장용 분)의 제자인 남형의 체육관에서 호신술을 배우며 그와 안면을 텄다. 또 남형은 호박이 울부짖으며 운동하는 모습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주위를 맴돌아 호박과의 로맨스가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남형은 호박이 세달과 만나 이혼하러 가기로 한 날 그를 납치했고, 이후 세달까지 납치하며 돈을 요구했다. 세달은 그간 보였던 캐릭터답게 호박을 원망하며 홀로 도망쳤다. 이에 남형이 이들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장치로 쓰이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를 했던 시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세달의 버릇을 고쳐주려는 왕봉의 사주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등장하고 있지만, 평생을 교육자로 산 집안의 유일한 어른이자 해결사, 왕봉 캐릭터가 망가지면서까지 무리수 전개를 했을리는 없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 돈을 좇는 속물적인 캐릭터인 앙금(김해숙 분)은 다친 자신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우리 어머니 잘못되면 책임 질거냐"고 소리치는 민중(조성하 분)의 모습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앙금은 그간 애써 외면했던 민중의 진심을 마주하고는 순식간에 돌변해 "나는 부족하고 간사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머니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못된 장모 갖다 버리고, 새로 어머니 만났다고 생각해. 내가 앞으로 자네 섭섭하지 않게 잘할게"라고 사과했다. 이는 장모와 사위의 눈물겨웠던 아름다운 화해였지만, 앙금의 캐릭터 자체가 흔들리는 것으로 그가 갑자기 돌변한 모습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이다.
이러한 황당한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대세가 주최한 며느리 오디션에 수십명의 아가씨들이 지원한 것. 이들은 한 버스를 타고 옮기며 군인 조교 복장을 한 스태프의 말에 박수를 제대로 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갔다. 특히 다섯 단계의 심사를 거친다는 대세의 며느리 오디션이 상남(한주완 분)과 광박(이윤지 분)의 사랑의 장애물이라는 설정보다, 대세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설명하는 것에 더욱 비중이 실리며 그 판을 크게 벌리고 있어 이 사건들이 어떻게 수습될지도 미지수다.
'왕가네 식구들'은 주말 가족드라마로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는 등 전체 드라마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앙금과 수박(오현경 분) 캐릭터로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더니 이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각 커플마다 불륜 소재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어 통쾌함을 기대했던 시청자에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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