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드라마스페셜 단막2013-끈질긴 기쁨'(극본 장명우, 연출 김종연)이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연출로 단막극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1일 오후 11시 55분에 방송된 '끈질긴 기쁨'에는 무심한 남자친구에게 권태감을 느낀 선주(류현경 분)가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준기(정은우 분)와 바다를 보러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며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이야기가 담겼다.
유학에 실패한 뒤 인생에 회의감을 갖는 미술학원 강사 선주는 친구들보다 뒤쳐진 인생에 괴로워했다. 연인과의 관계도 평탄하지 않았다. 남자친구와 무미건조한 만남을 이어가던 선주는 준기와 만난 첫날부터 키스하며 청춘의 두근거리는 되찾는가했지만, 준기는 무능력한데다 무책임하기까지 한 남자였다. 부모에게 대책없이 의지하고, 유부녀가 된 과거의 여자 친구를 만나 도움을 청하는 찌질한 남자였던 것.

선주는 준기의 모습에 경악하며 헤어졌고, 잘 사는 부모를 만나 어린 나이에 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를 찾아갔다. 그러나 신경질적인 친구의 집은 불편하기만 했다. 친구는 집에 가려는 선주에게 “너 알잖아. 알고 있잖아. 그이 어저께 안 들어온 거”라고 소리치며 불행한 결혼생활을 고백했다. 불행은 철저히 숨기고 화려한 삶만을 강조하며 사는 친구의 이중적인 모습에 선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주가 찾아간 마지막 여행지는 남자친구가 촬영을 떠난 전주였다. 그는 전주에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면서도, 연락이 닿지 않는 남자친구를 걱정했다. 다음 날 선주의 남자친구는 강에 휴대전화를 빠트렸음을 밝혔고, 울컥해서 오열하는 선주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여행을 떠나 좌충우돌했던 선주는 그제야 후련한 얼굴로 서울로 향했다.
이렇게 ‘끈질긴 기쁨’은 선주의 여행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며, 현재의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일탈하려는 이들에게 현재 현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했다.
'드라마스페셜' 제작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사전 제작을 통해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연출을 자랑하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특히 ‘끈질긴 기쁨’은 늦가을을 맞은 소도시 강릉과 전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관전 포인트였다. 추노’, ‘굿닥터’의 김재환 촬영 감독은 강릉 풍경을 헬리캠으로 담는 등 가을의 절경을 담아내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여기에 ‘힘내요 미스터 김’의 공동 연출을 맡았던 김종연 감독은 현실에 존재할 법한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조화롭게 보여주는 세심한 연출로 소장하고픈 단막극을 완성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SNS 등을 통해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이 됐다" "류현경을 비롯한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보기 좋았다" "좌충우돌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애잔하면서도 힘이 됐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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