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결산] 포항, 각본 없는 드라마 계속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12.02 06: 59

K리그 30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드라마가 상영됐다. 포항 스틸러스의 각본 없는 드라마다.
지난 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 포항과 울산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가 열렸다. 시즌 최종전이자 결승전과 같은 경기. 선두 울산이 2위 포항에 승점 2점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반면 포항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포항은 정규시간 90분이 흐르도록 울산의 골망을 출렁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우승컵을 내줘야 하는 상황. 추가시간 5분이 흘렀고, 포항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하프라인보다 조금 앞선 지역에서 김재성이 운명의 프리킥을 차 올렸다. 문전 혼전상황으로 이어졌다. 몇 번의 공방 끝에 박성호의 슈팅이 울산 수비수에 맞고 문전 앞에 떨어졌다. 포항의 중앙 수비수 김원일의 발이 번뜩였다. 천금 오른발 결승골이었다. 울산은 좌절했고, 포항은 환호했다.

김승규를 비롯한 울산 선수단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던 김신욱은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울산 홈팬들도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트리며 아쉬움의 농도를 전했다. 반면 포항 선수단은 기쁨을 만끽했다. 황선홍 감독과 얼싸안았다. 포항 원정 팬들도 믿기지 않은 현실을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96분간의 드라마 종영을 알리는 호각이 울렸다.
포항은 최근 2년간 3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모두 극적인 결말이 그려졌다. 지난해 FA컵 결승이 시작이었다. 경남과 연장 후반 14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박성호의 천금 결승골로 FA컵을 품에 안았다. 올해 FA컵 결승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연장 포함 120분 동안 전북과 1-1로 비긴 포항은 승부차기 혈투 끝에 FA컵 2연패를 일궜다. 하이라이트는 올 시즌 K리그 최종전이자 결승전. 후반 50분까지 0-0. 주심의 호각 소리만 남은 상황이었다. 패색이 짙던 포항이 기적 같은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극적인 드라마였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서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고, 장성환 포항 사장도 우승 환영 행사에서 "신이 있어야 가능한 결과였다"며 해를 넘는 연이은 극장 상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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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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