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행’ 김선우, “새로운 도전, 그리고 가족”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2.02 12: 04

“가족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도 생각해야 했고”.
새로운 도전을 꾀하며 자유계약 방출 조치를 받아들인 베테랑. 여러 팀의 러브콜이 왔으나 가족과 좀 더 자주 함께 있을 수 있는 새 둥지를 택했다. 선수는 6년 전 국내 복귀를 생각했을 때처럼 새로운 팀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족의 존재도 중요시했다. 두산 방출 후 LG 트윈스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걷게 된 ‘써니’ 김선우(36)가 새로운 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족의 존재를 이야기했다.
김선우는 2일 LG와 연봉 1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2008년 두산 입단 이후 올 시즌까지 두산에서 6시즌을 보냈던 김선우는 두산의 코칭스태프직 제의를 정중히 거절하고 선수로서 현역 생활 연장을 꿈꿨다. LG만이 아니라 한화, SK에서도 김선우의 필요성을 알고 영입을 꾀했으나 김선우의 선택은 LG였다.

휘문고-고려대 시절 김선우는 또래 중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학번과 대학이 다르기는 해도 응답하라 1994 칠봉이와 가장 가까운 선수 중 한 명으로 볼 수 있다. 1997년 고려대 2학년 시절 보스턴과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던 김선우는 몬트리올(워싱턴의 전신)-콜로라도-신시내티-샌프란시스코를 거쳤다. 보스턴에서 손꼽히던 유망주였고 몬트리올 이적 당시 송승준(롯데)과 함께 강타자 클리프 플로이드의 반대급부로 이적했던 김선우. 2005년 배리 본즈로 대표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쿠어스필드 완봉승으로 묶었던 김선우였으나 실력에 비해 불운한 미국 생활이었다.
고교 졸업 당시 자신을 우선지명했던 두산과 2008년 계약을 맺었던 김선우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2011년 16승을 거두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리는 등 두산 선발진을 대표하던 투수였다. 지난해에도 무릎 부상 속 6승에 그치는 불운이 있었으나 163⅓이닝을 소화했던 김선우는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상체 위주 투구를 하다 구위 저하 현상으로 고전했고 17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5.52로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무대 데뷔 이래 가장 안 좋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몸 상태가 나아진다면 얼마든지 반등이 가능한 투수도 바로 김선우다. 이미 김선우는 2010시즌 13승을 올리며 파워피처에서 기교파로의 변신에 성공했던 바 있고 야구 외적으로도 라커룸 리더로서 장점을 갖춘 투수다. 코칭스태프로서 보장된 삶 대신 선수로서 아직 더 도전할 수 있다는 마음 속 방출 수순을 선택한 김선우는 전 소속팀 두산의 한 지붕 두 가족인 LG에서 부활을 꿈꾼다.
그렇다면 김선우는 왜 LG를 선택했을까. 김선우의 방출 당시 유력한 종착지로 한화와 SK가 꼽혔던 바 있다. 특히 한화는 정근우-이용규의 입단 계약 당시 김응룡 감독을 비롯한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김선우가 필요하다는 뜻을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선우의 최종 선택은 LG였다. 김선우는 자신이 LG행을 결정한 데 대해 ‘가족’이 큰 부분을 차지했음을 이야기했다.
“6년 전 한국행을 결정했을 때는 둘째 정훈이가 태어났을 때였다.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고 내가 책임져야 할 식솔은 늘어가는 데 내 고집을 앞세워 미국에서 더 도전하는 일은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 LG행을 결정할 때도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아내, 아이들과 생이별하며 야구를 하는 것보다 가족들과 보다 가까이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이기 이전 가장으로서 LG행을 결정했다는 김선우의 답이었다. 실제로 김선우는 아들 바보로도 잘 알려진 선수. 2011년 올스타전 때는 장남 성훈군과 함께 야구대제전에 참석했고 얼마 전 에 둘째 정훈군의 이름이 언급되었을 때는 “둘째가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다. 가족들에게는 애교덩어리”라며 적극 해명했던 아들 바보다. 자신에 대한 내조를 아끼지 않는 아내와 두 아들과 떨어져 지내기보다 가족의 품에서 다시 한 번 날아오르겠다는 뜻이다.
“가족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선수로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고 가족들과도 생이별하지 않고 재기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남은 것은 감사한 마음을 건강한 몸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LG와 내 힘의 원천인 가족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잠실, 그리고 가족을 떠나지 않게 된 김선우의 목소리는 한층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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