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본연의 임무는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내셔널리그에서는 타격도 중요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투수 중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선보인 투수는 누구였을까. 예상대로(?) 잭 그레인키(30, LA 다저스)였다.
미 CBS스포츠는 1일(이하 한국시간) 흥미로운 컬럼 하나를 게재했다. 바로 투수 중 가장 타격 솜씨가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라는 내용이다. CBS스포츠는 이를 추적하기 위해 최근 3년간 100타석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록을 추렸다. 그 결과 그레인키가 3년 동안 타율 2할3푼6리로 가장 뛰어난 타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메리칸리그 소속인 캔자스시티에서 오랜 기간 몸 담은 그레인키는 2011년 밀워키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는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인터리그 때나 간간히 타자 그레인키를 볼 수 있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4타수가 전부였다. 하지만 2011년 내셔널리그 소속의 밀워키로 옮긴 뒤 타격 재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2011년 타율 1할4푼3리로 예열을 마친 그레인키는 2012년 2할1푼2리, 2타점을 기록했다. 2013년 성적은 놀랍다. 무려 타율 3할2푼8리를 기록했고 OPS는 0.788에 달했다. 타점도 4개, 심지어 도루도 2개를 기록했다.
올해만큼의 성적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점점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통산 타율은 내년에 좀 더 올라갈 가능성 자체는 높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쏠쏠한 타격 실력을 뽐낸 투수 중 하나인 마이크 햄턴의 통산 타율은 2할4푼6리였다. 다저스와 장기 계약을 맺은 만큼 그레인키가 이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도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위는 마이크 리크(신시내티)였다. 리크는 2할2푼9리의 최근 3년 타율을 기록했다. 3위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로 2할4리였다. 2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투수는 이 세 명이 전부였다. 그 외 요바니 가야르도(.198), 에릭 스털츠(.198), 줄리스 샤신(.196), 스티븐 스트라스버그(.196), 콜 해멀스(.186), 제이슨 마퀴(.183), 클리프 리(.181)가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3년 뒤 류현진(LA 다저스)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작 스스로는 “투수는 마운드에서 잘해야 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류현진은 올해 2할7리, OPS 0.526, 5타점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방망이를 뽐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첫 해치고 대단한 성적을 낸 셈이다. 타석에도 적응(?)한 만큼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작만 놓고 보면 그레인키보다 더 좋다는 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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