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결산] 무너진 울산,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2.02 08: 30

'잘 나가던' 울산 현대가 마라톤 결승점 앞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분명 소득은 있었다.
리그 우승을 노리던 울산의 마라톤이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허무하게 끝났다. 울산은 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 시즌 최종전서 종료 직전 김원일의 극적인 골로 포항에 0-1 패배를 당했다. 이날 포항에 패한 울산은 승점 73점으로 우승의 꿈이 무산됐다.
▲ 아쉬움만 남긴 우승의 꿈, 리그 최다 준우승 7회

울산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울산은 이날 경기서 무승부만 거둬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포 김신욱과 하피냐가 39라운드 부산전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
좀처럼 철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울산은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포항의 파상공세에 끈질기게 버텨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우승의 꿈을 놓치고 말았다.
예상하기 쉽지 않은 결과였다. 개막 후 김호곤 감독의 '마라톤 전략'대로 우등생다운 질주를 계속해온 울산이었고, 홈 승률 86.1%를 자랑하는 '호랑이굴'의 악명과 선수들의 잇딴 이탈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뒷심, 한층 업그레이드된 '철퇴축구'를 선보여왔기에 우승이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우승을 떠나보냈다. 올 시즌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울산은 리그 최다 준우승의 횟수를 7번으로 늘렸다. 이번만큼은 꼭 눈앞으로 다가온 우승을 잡고 싶었던 울산의 안타까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는 횟수다.
▲ 김신욱의 진화와 김승규의 발견, 새로 빛난 선수들
마지막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울산이 빈 손으로 시즌을 끝낸 것은 아니다. 울산은 올 시즌 선두권을 달리면서 소리없이 강한 '김호곤의 아이들'을 만들어냈다. 진화하는 거인 김신욱과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걸맞은 활약을 펼친 김승규, 그리고 리그 최소실점에 빛나는 '철의 포백'이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울산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우승의 주역 이근호를 비롯해 이재성, 이호가 모두 빠졌고 곽태휘와 고슬기는 중동, 중원을 책임진 에스티벤도 일본으로 떠나면서 전력 약화가 예상됐다. 그러나 마스다와 김성환을 영입하며 빈 자리를 메웠고 강민수와 김치곤, 김영삼, 이용으로 이어지는 철의 포백은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며 울산의 수비를 이끌었다.
단단한 수비라인이 뒷받침되었기에 울산의 '마라톤 전략'이 가능했다. 특히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선수는 김신욱과 김승규다. 확실한 '골잡이'로 거듭난 김신욱은 울산에서 이근호의 빈 자리를 지웠다. 김영광의 부상을 계기로 그라운드에 나선 김승규는 타고난 반사신경과 재능, 노력을 바탕으로 팀의 주전 골키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홍명보호에 승선, 부동의 No.1 수문장 정성룡과 경합하며 빛나는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알짜배기 영입과 선수의 능력을 최대화시키는 조직력을 통해 변함없는 강함을 선보인 울산. 비록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이처럼 새로 빛난 선수들이 있기에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챔피언으로서 다시 한 번 아시아 제패에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올 시즌 발굴해낸 선수들이 곧, 울산의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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