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수' 임창정 "이 좋은 시나리오, 왜 내게 왔을까?"[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2.02 11: 00

가수 임창정에 이어 배우 임창정이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엔 ‘징역살이 대행업자’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내일이 없는 남자 창수다. 어쩐지 코미디에 능한 배우 임창정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전작 ‘공모자들’(김홍선 감독)을 떠올릴 땐 또 그만큼의 적역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정작 임창정은 처음 ‘창수’(이덕희 감독)의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이 좋은 시나리오가 왜 나에게 왔을까?” 생각했다며 너스레를 떨어 보였다.
“시나리오를 갖고 왔는데 처음엔 ‘왜 이 좋은 시나리오가 나한테 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켜주면 무조건 하겠다 생각했죠. 실제로도 저 말고 다른 배우들에게 대본이 가기도 했었더라고요. 감독님, 제작자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 뒤, 이 영화는 ‘천장지구’ 같은 느낌의 어떤 잘생긴 배우가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 그냥 보편적이고 보통사람의 냄새가 나는 사람이 제격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임창정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느와르 영화인 ‘창수’는 삼류인생을 살던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게 되는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내일이 없는 징역살이 대행업자 창수(임창정 분)는 우연히 내일을 살고 싶은 여자 미연(손은서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의 사랑은 미연을 노리는 도석(안내상 분)에 의해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 평을 물었더니 의외로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답이 돌아왔다.

“영화는 사실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 나왔어요. 사실 우리 영화는 요즘 영화들의 자극적인 추세나 유행하는 콘셉트의 흐름에는 반하는 영화라 할 수 있어요. 템포가 느리고 트렌드와 맞지는 않죠. 그렇지만 진한 감성과 여운이 있고, 기다리면서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에요. 사실 영화 전문가들의 평은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평론가 분이 감독님한테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는 걸 봤어요. 저는 여태까지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 본 게 처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신세계’나 ‘범죄와의 전쟁’ 같은 영화보다는 ‘파이란’ 같은 영화를 생각하고 오시면 이해하고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코미디에 능한 배우들이 그렇듯 임창정은 연기를 할 때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동화되기보다 비슷한 인물을 찾아 연구하고 모사(模寫)하는 데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창수가 연출을 맡은 이덕희 감독과 꼭 같아서, 그를 보고 따라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했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졌다. 
“창수가 감독님하고 완전 똑같아요, 감독님이 이 영화의 모델이에요. 본인이 쓰셨으니까 더 그렇겠죠? 10시간을 함께 있으면 촬영하는 2-3시간 외의 나머지 시간에는 정말 희한한 사람이에요. 영화를 찍으면서 줄곧 감독님을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밥 먹을 때는 저런 얘기를 하는구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구나…. 나중에 가니까 감독님의 리액션이 어떨 것인지를 제가 거의 다 맞추더라고요.”
임창정은 유독 남성 팬들의 공감을 많이 사는 스타다. 그가 부른 ‘소주 한 잔’, ‘날 닮은 너’, ‘그 때 또 다시’ 등의 히트곡들이 여전히 많은 남성들에게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임창정이 연기한 창수 역시 여자들 보다는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할 만한 인물이다. 
“맨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오히려 ‘너무 많이 울면 관객들은 어떻게 하냐’고 해서 울음을 참아가며 찍을 정도였죠. 남자들은 영화를 보고 짠할 것 같아요. 남자는 그런 게 있어요. 여자를 보고 첫 눈에 반하고, 그렇게 반해서 자신의 모든 걸 바칠 수밖에 없는 걸 인정하는 순간이요. 그걸 함께 느끼신다면 가슴 속에 오래 남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임창정은 지난 9월 싱글앨범을 내고 임창정 표 정통 발라드 ‘나란 놈이란’으로 활동했다. 그는 스스로 “돈독이 올랐다”라고 셀프 디스(?)를 하면서도 내년 3월에 발매할 정규 12집 앨범과 비슷한 시기 개최할 전국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또 오랜만에 참석한 가요 프로그램 공개방송에서 10대 팬들을 접하며 겪었던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요즘 스무 살 밑으로는 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 ‘나란 놈이란’과 ‘문을 여시오’를 해서 아는 거죠. ‘인기가요’에 갔는데 방청객들 나이가 대충 15세에서 16세 정도들로 보이더라고요. 거기서 한 방청객이 절 보고 하는 말이 ‘저 사람 영화배우인데? 누구지? 영화에서 본 사람인데?’래요. 더 웃긴 건 대답을 한 친구였어요. ‘아니야, 저 사람 야구 선수였는데?’ ‘천하무적’ 야구단을 본 거죠. 그걸 보고 절 야구선수로 기억한거에요.(웃음)”
10대 팬들에게는 생소할지 몰라도 임창정은 여전히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다. 그는 자신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가입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음을 알렸다. 때로는 자신을 욕하는 팬들과 함께 욕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기도 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제 칭찬밖에 못 듣잖아요. 그런데 디시인사이드는 안 그래요. 전 성향이 거기가 맞는 것 같아요. 상처를 많이 안 받아요 제가. 날 욕하는 애들이 실제로는 한마디도 욕을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게 귀여워요. 사실 처음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고 제 측근들은 저에 대해 얘기를 잘 안 해줄 것 같아서, 그런 정보를 얻으려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어져서요. 누구는 욕도 하고, 지적질도 하고, 칭찬도 하고 다양한 일이 벌어지죠. 주로 제 욕을 하러 들어왔다가 비폭력(?)주의자로 변하는 것 같아요.”
팬들과 욕을 주고 받고, 스스로를 던져 유머의 재료로 사용하는 타고난 배우 임창정은 마지막으로 '창수'에 대해 특이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시간이 없어 '창수'를 못 보고 미루다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을 때, 한 관객이 돈 천원을 내고 집에서 영화를 보는거예요. 봤더니 너무 좋은 거죠. 그래서 개봉할 때 극장에서 못 본 걸 정말 후회하게 만드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캬~멘트가 꼭 준비한 것 같네요. 주옥 같네요.(웃음)"
eujenej@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