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고전이다. 그럴수록 부담만 커진다. 올 시즌 우승 트로피 탈환에 나선 현대캐피탈의 상황이 그렇다. 앞으로의 과제도 크다. 최대한 버텨야 한다. 그 전제 조건은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어렵지만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다.
현대캐피탈은 2일 현재 5승 3패(승점 15점)로 4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현재 순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선두 삼성화재와의 승점차는 2점에 불과하다. 한 경기 결과로 뒤집어질 수 있는 격차다. 그러나 그런 성적과는 별개로 경기 내용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김호철 감독의 복귀, 리버맨 아가메즈라는 대형 공격수의 영입으로 한껏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주포인 문성민(27)의 부상이다. 국내 공격수 중에서는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문성민은 시즌 전 월드리그에 참여하다 경기 도중 왼 무릎을 크게 다쳤다. 재활 과정은 순조롭지만 연내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수비력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한 쪽 날개를 잃은 상황에서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졌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문성민이 없는 현 전력은 다른 팀들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주축 선수를 잃었으니 구상이 꼬일 수밖에 없다. 공격이 단조로워졌다. 아가메즈는 뛰어난 공격력을 보이고 있지만 너무 많은 공을 때리고 있다.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8경기를 치른 현재 아가메즈는 팀 공격의 56.4%를 점유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평가받는 삼성화재의 레오(56.5%)와 큰 차이가 없다. 시즌 막판 체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선수들이 이 몫을 거들어야 하지만 움직임이 경직되어 있다는 게 김호철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그 이유를 부담감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언론을 통해 우리가 우승후보라는 말이 나갔다. 선수들이 오히려 거기에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우리의 현 주소를 알아야 하는데 무조건 모든 경기를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가지다보니 부담스러워서 경기가 안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와 프로배구를 양분한 명가다. 하지만 최근 6시즌 동안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부담은 선수들이 가장 크다.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도 “코트에서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적절한 긴장은 경기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그 긴장이 부담으로 돌변할 경우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호통’의 대명사인 김 감독부터가 이런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술을 거의 못하는 김 감독이지만 간혹 술의 힘을 빌릴 때도 있다. 김 감독은 “문성민이 돌아올 때까지 안 떨어지고 가야 (시즌 전체의) 승산이 있다”라고 하면서 “선수들이 좀 더 부담을 털어내야 한다”며 그 전제조건을 달았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경직된 몸을 풀고 지금의 상황을 즐길 수 있을까.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농사는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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