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진희가 ‘기황후’에서 펼쳐지는 암투의 중심에 서며 순둥이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외꺼풀의 선한 외모로 그 동안 착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백진희는 데뷔 후 처음으로 맡은 악녀 타나실리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 11회에는 질투에 눈이 먼 타나실리(백진희 분)가 타환(지창욱 분)의 아이를 임신한 박씨(한혜린 분)의 낙태를 위해 계략을 꾸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타나실리는 박씨를 보필하는 무수리 기승냥(하지원 분)에게 복중 태아에게만 치명적인 팥꽃나무 가루를 건넸다. 타나실리는 승냥이에게 이번 일을 제대로 수행하면 황궁 밖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하는 문서를 내줄 것이나, 만약 실패하면 시신으로 황궁 밖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특히 타나실리는 박씨가 낙태하게 함으로써, 자신과 대립각을 펼쳤던 황태후(김서형 분)를 끌어내리려는 독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타나실리는 자신은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으면서도, 입덧을 하는 박씨의 등을 따뜻하게 다독이는 타환의 모습에 눈을 흘기며 섬뜩한 질투심을 드러냈다.
극 중 백진희가 연기하는 타나실리는 원나라 최고의 명문가 딸로 절세미인이나 시기와 질투가 대단한 인물이다. 정략결혼 한 타환을 사랑하지는 않으면서도, 타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는 악녀다.
사실 ‘기황후’에 첫 등장한 백진희의 모습은 다소 어색했다. 백진희의 연기력이 부족한 탓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기존에 봐 왔던 순둥이 이미지의 백진희가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백진희가 전작 ‘금 나와라 뚝딱’에서 보여준 현모양처 이미지, 막장 시월드에도 온화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남은 탓이었다.
이렇게 백진희가 쌓아온 착한 이미지가 과연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우려가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백진희는 매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말괄량이처럼 등장한 백진희는 어느새 독기 가득한 표정과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악녀 타나실리를 완성하며 긴장감 넘치는 암투의 현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발동이 걸린 백진희의 악녀 연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혜린은 정치적 희생양이었을 뿐, 지창욱이 꿈에 그리던 하지원과 재회하는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갈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여줄 백진희의 또다른 악녀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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