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처음으로 연기를 통해 대중을 만난 배우 한혜진이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한혜진은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그리고 불륜을 저지른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은진 역을 맡아 전보다 한층 풍성해진 감성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나은진은 불륜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해 불륜남에게 결별을 통보하는 모습,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에 지쳐가는 다양한 감성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온 협박편지에 두려워하며 불륜남 재학(지진희 분)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미래가 없는 관계는 현재에서도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헤어져야 한다. 그냥 연락을 안 할수도 있었지만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그런지 절차에 집착하게 되네"라며 씁쓸해했다.
이 과정에서 불륜에 죄책감을 느끼는 은진의 모습과 더이상 재학을 만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는 은진의 모습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한혜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은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래동안 사랑했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폈다는 사실에 분노한 은진은 그 여자를 찾아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가 하면 현장에 찾아온 남편이 둘 사이에서 망설이자 "나는 한결같이 너만 사랑했어. 그런데 너는 산후 우울증 1년을 못참아서 바람을 피니. 네 사랑은 왜 이렇게 후지니"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보였다. 사랑에 상처받은 은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혼을 이야기하며 남편과 다투는 장면에서는 현실에 찌들어 힘들어하는 은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시아버지 장례를 치르러 가는 길에 성수(이상우 분)에게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꺼냈고 자신에게 소리지르는 성수와 말싸움을 하며 현실에 찌든 아내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불륜에 대한 죄책감, 마음을 준 남자를 못본다는 슬픔, 배신 당했다는 분노, 그리고 현실의 힘듦까지. 한혜진은 이와 같은 무거운 감정들 뿐만 아니라 밝고 유쾌한 모습까지 그려내며 다양한 모습을 선사했다.
불륜남 재학과의 첫 만남 회상 장면에서 그는 치마가 스타킹 속으로 들어간 굴욕적인 상황에서 이를 알려주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재학을 변태로 오인, 재학을 몰아세우며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모든 오해가 풀린 뒤 재학을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만난 은진은 "저 기자 아니고 아줌마에요"라며 웃어보이는 한혜진은 '유쾌함' 그 자체였다.
그동안 한혜진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났지만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 본인 스스로도 "나은진 역은 이제껏 내가 연기해온 캐릭터들과는 굉장히 다른 역할이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연기 10년차가 넘었는데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많이 깨보고 싶었고 자유롭게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이 본인에게 안정감과 성숙함을 안겨줬던 걸까. 한혜진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내며 첫방송에서 합격점을 얻어냈다.
앞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갈 길은 멀다. 이제 갓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한혜진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좋은 스타트를 끊은 만큼 앞으로 한혜진이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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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