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았다. 진전된 스토리가 적었던 만큼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인상이다.
지난 2일 SBS 새 일일드라마 '잘키운 딸하나'가 주인공 장하나(박한별 분)의 등장 없이 첫 방송을 마쳤다. 장하나가 왜 남장 여자로 살아가야 했나를 표현하기 위한 복선들을 배치하며 극에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남아선호사상'에 열광하는 세대들의 감성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응답을 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잘키운 딸하나'에서는 가족기업 황소간장의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을 바랐으나 유산과 함께 불임통보를 받는 주효선(윤유선 분)의 모습이 담겼다. 임신소식에 날아갈 듯 기뻐했던 효선은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좌절했다. 효선과 절친한 사이인 임청란(이혜숙 분)에게 효선의 불임소식은 낭보가 됐다. 미혼모로 살던 그는 효선의 집에 첩으로 들어가 팔자를 고쳐볼 계산을 세웠다. 다음회 예고영상에서 청란은 효선의 남편에게 접근, 그를 유혹했다.

'잘키운 딸하나' 첫 회에서는 박한별, 이태곤, 정은우, 윤세인 등 주연 배우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기 위한 상황 설명에 시간을 할애했다. 대개 첫회 끝부분에 등장하는 주연배우들의 아역도 없었다. 굳이 스토리 전개에 박차를 가해 조급하게 이야기를 풀지 않겠다는 연출자의 자신감이 돋보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이목을 끌었다. 남아선호사상에 젖어있는 윗세대들의 사고방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를 20대, 젊은 세대인 주인공 계층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습관처럼 '기업은 남자가 이어받아야지'라고 한다면 시청자들과의 시각차를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첩으로 황소간장에 들어올 청란의 모습을 어떤 강도의 막장으로 그려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첫 회에서 청란과 청란의 모친 변종순(김지영 분)은 강력한 민폐 캐릭터로 발전할 가능성을 비쳤다. 종순은 효선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지만 청란에게 "팔자를 고칠 방법이 있다"며 효선의 남편에게 접근할 것을 권했다. 딸에게 첩이 되기를 권하는 납득 불가능한 막장코드인 것.
'잘 키운 딸 하나'는 수백 년간 이어온 가업 황소간장을 물려받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아들로 위장해 성장한 딸 하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성공 스토리로, 우리 삶과 가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 희망의 드라마를 기획 의도로 한다.
앞서 드라마 '야왕', '추적자', '49일' 등 SBS를 대표하는 스타 연출자 조영광 PD와 '태양의 신부', '장화홍련' 등 인기리에 방영된 일일드라마를 집필한 윤영미 작가가 만나 화제가 됐던 작품. 지난 29일 종영한 '못난이 주의보' 후속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시 20분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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