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첫방 '따말', 웃겼다 욱했다..불편하지 않은 불륜극 '기대'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12.03 07: 14

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웃겼다 욱하게 만드는 장면들의 향연으로 불편하지 않은 불륜극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따뜻한 말 한마디'는 나은진(한혜진 분), 유재학(지진희 분), 송미경(김지수 분), 김성수(이상우 분)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남편 성수의 외도 이후 마음을 붙이지 못하던 은진이 재학과 이어오던 부적절한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성수와도 이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학은 은진을 놓지 못하고 미경과 영혼없는 부부 관계를 유지했다. 안타깝게도 미경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유부녀가 된 후 처음으로 브라운관 나들이를 하는 한혜진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을 위해 달콤한 신혼생활을 포기했을 정도로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혜진은 싸움닭이 된 듯 이상우와 시종 으르렁 거렸다. 악을 쓰며 싸움질을 하다, 딸의 모습에 금세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지진희와의 첫 만남에서는 레깅스 안으로 치마가 말려들어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해 허를 찔렀다. '착하다'는 인상이 강했던 배우 한혜진의 '독한' 변신이었다.

한혜진의 남편으로 등장한 이상우의 모습도 새로웠다. 전작인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부드러운 밀크남 김현우로 활약했던 그는 '욱상우'가 돼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모습과 180도 달라졌다는 점에서 묘한 웃음을 자아냈다. 극에서 그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으며, 소리를 지르면서도 당당했다. 부부싸움을 벌일 때도, 아내에게 말을 걸 때도 이상우는 신경질적이었고, 이에 대해 잘못됐다는 인식이 없었다. 뼛속까지 욱하는 성질이 깃든 김성수로 자리한 것이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지켜봐야 할 요주의 인물은 바로 김지수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사실은 한혜진에게 복수할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마음 속에 켜켜이 쌓인 분노를 폭풍 같은 눈물로 풀었다, 금세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둔갑하며 미스터리한 기운을 풍겼다.
극을 이끌어가는 네 명의 배우들과 함께 이들의 주변을 꽉 채우고 있는 다른 인물들의 호흡도 탄탄했다. 불륜은 절대 안된다는 고두심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최화정의 상반된 입장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좋은 장치가 됐다. 동시에 "입맛이 없다"며 갈빗대를 뜯는 박정수의 모습은 얄미운 시어머니에게 정을 갖게 하는 설정으로 힘을 발휘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불륜만큼 흔한 소재도 없다. 여자 주인공에게 복수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설득력있는 소재가 '불륜'이기 때문. 그래서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모든 드라마에 이 '불륜'이 등장한다. 단,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의 끝에서 말하는 이혼을 주제로 차별화를 꾀했다.
가정의 위기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부부의 진짜 의미를 되돌아보겠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기획 의도에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해피엔딩'이 어느 정도 약속돼 있다. 여기에 만족스럽게 어우러진 배우들의 열연은 다음 회를 더 기대하게 만든 요소로 작용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장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깨알처럼 터지는 코믹한 요소가 보이다가도, 부부 간의 관계를 심도있게 파헤치는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 김지수와 한혜진의 관계에서는 스릴러물 못지 않은 긴장감이 조성됐다. 장르보다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드라마인 것이다.
한편 '따뜻한 말 한마디'는 지난달 26일 종영한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 후속으로,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쓴 하명희 작가와 SBS 드라마 '다섯 손가락'을 연출한 최영훈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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