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재철이형이 합류했을 때는 나보다 선배셨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정말 생활상만으로 본보기가 되는 형님이다”.
2009시즌부터 동료로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주거지도 인근인데다 가족들끼리도 두터운 정을 쌓는 이들. 나란히 코칭스태프 제의를 받았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서로 또다시 같은 팀에 둥지를 튼다. ‘타신’ 임재철(37)과 ‘써니’ 김선우(36, 이상 LG 트윈스)는 계속 이어지는 동반자의 관계에 서로 웃었다.
두산 라커룸을 대표하던 투타 형님들인 이들은 약 열흘의 간격을 두고 두산에서 LG로 연이어 이적했다. 둘 모두 두산 측의 코칭스태프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고 11월 22일 임재철이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서 LG 유니폼을 입게 된 데 이어 방출 조치를 감수한 김선우도 지난 2일 LG와 계약을 맺었다. 임재철의 경우는 자기 관리에 있어 대단한 평을 받으며 후배들의 귀감을 샀고 김선우도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투수진 맏형이었다.

특히 이들은 서로 돈독한 우애를 쌓은 1년 차이 선후배들. 처음 연을 맺은 것은 임재철이 상근예비역 전역 후 2008년 말 두산에 복귀하면서부터다. 김선우는 당시를 돌아보며 “처음 뵈었을 때는 재철이형이 선배인 줄 몰랐다”라고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임재철은 충남(천안 북일고)-부산(경성대)에서 야구를 했고 김선우는 서울에서만 야구를 하다 고려대 2학년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별다른 접점 자체가 없었다.
“내가 미국에 10년 넘게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실 재철이형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누가 선후배인지 조차 모르는 사이였다. 그런데 함께 생활하다보니 정말 말 그대로 교본과도 같은 형이다. 자신이 스타팅 멤버로 출장하지 못할 때도 훈련은 물론이고 선수로서 해야 할 운동들은 웬만하면 다 하는 재철이형이다. 성격이야 워낙 알려진대로 선한 분이고”.(김선우)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명단에서 임재철과 김선우는 나란히 제외된 상태였다. 임재철은 LG의 1라운드 선택을 받았으나 김선우는 선택받지 못하고 코칭스태프 제의-자유계약 방출의 수순을 밟았다. “선우도 새 팀을 찾아서 잘 되어야 할 텐데”라며 걱정하던 임재철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새 소속팀이 같다. LG와 계약 합의를 맺은 후 김선우는 “어쩌다보니 또 재철이 형과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라며 웃었다.
“몇 년 간 돈독하게 정을 쌓다보니 가족끼리도 자주 여행가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음 팀도 같게 되었네. 재철이형과 함께 이제는 LG를 위해 뛰고 다른 선후배들과도 조화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선우의 LG행이 공식화되던 날 임재철은 선수협 정기총회에서 선수들이 뽑는 모범선수로 뽑혀 상을 받았다. 이미 임재철의 경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화려하지 않아도 모범적인 본보기의 선수다.
김선우의 경우는 김기태 감독과도 성향이 굉장히 비슷하다. 한 후배는 김선우에 대해 “보스 기질이 있는 형이다.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던 만큼 자존심과 고집도 있으나 후배들이 어려워하고 조언을 구하는 순간에는 도움을 주는 사나이 같은 선배”라고 평했다. 실제로도 김선우는 의리를 중시하는 사나이 스타일의 남자. 올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에서 벗어나 1군 전열에 포함된다면 김 감독의 리더십 발휘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투수다.
LG가 11년 만에 가을잔치 무대를 밟을 수 있던 데는 좋은 경기력 뒤로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베테랑들의 믿음, 솔선수범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팀에 후배들의 도움이 될 수 있는 베테랑들이 가세했다. 두산의 형님들이던 임재철과 김선우는 LG 선수단에 제대로 녹아들고 더 좋은 팀 성적을 나란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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