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진호 전 삼성 단장이 본 송일수 감독, ‘차가운 현실과 흥미로운 선택’의 거리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12.03 09: 54

[편집자주]글을 쓴 노진호 전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은 중앙일보 체육부장, 편집부국장을 지낸 이로 초창기 삼성 구단 단장을 역임했고 뒤에 한화 이글스 단장도 지냈다. 삼성 단장 시절이었던 1983년 재일교포 이충남 감독대행의 발탁과 좌절의 과정을 지켜봤던 그는 이번 두산 감독 교체와 관련, 옛일과 오버랩 된 상황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글을 OSEN에 보내왔다. 
두산 베어스의 급작스런 감독 교체는 ‘차가운 현실과 흥미로운 선택’이라는 점에서 우리 프로야구계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 우승으로 종주구단임을 자부하고 있는 베어스로서는 김진욱 감독의 성과는 성과대로 남기되 새로운 도약, 우승을 위한 비상이 절실 했다고 본다. 두산 구단의 송일수 신임감독 발탁은 한국 프로야구를 ‘선수로서 경험한’ 30여년만의 첫 재일교포 감독 등장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우선 프로가 지향해야할 세몰이에는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63세가 되어서 첫 지휘봉을 잡은 푸근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송 감독은 과연 요술 방망이를 갖고 등장한 것일까. 그의 전격 발탁은 베어스의 보이지 않는 가슴앓이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야구 무대에 재일교포 감독은 김영덕, 김성근 외에 이충남이 198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 시즌을 지휘했다. 그는 선진 야구에서 바로 직 수입된 최초의 지도자로 한큐 브레이브스에서 상대의 작전을 꿰뚫어보는 컴퓨터 코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름난 지도자였다.
서영무 초대 감독의 조감독으로 한국에 온 이충남은 당시 37세였다. 1983년에 감독대행으로 삼성 구단 지휘봉을 잡았던 이충남 감독은 프로 출범 2년째인 한국 프로야구의 ‘비 프로적인’ 면, 즉 프로답지 못한 데에 실망을 했고, 언어 장벽 등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건희 당시 삼성구단주는 “삼성 구단이 선진 프로야구를 먼저 도입해 정착시켜야한다. 삼성전자도 일본 기술자들에게 기술전수를 받았던 것처럼 야구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야구를 경험한 이충남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전임 서영무 감독과의 마찰이 일었고 코칭스태프간 호흡이 잘 맞지 않은데다 언어의 어려움까지 있었던 것이다.
송일수 감독의 등장은 삼성 구단의 사례에 비춰볼 때 여러 가지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송일수 감독은 긍적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는 하다. 먼저 ‘반쪽바리’라는 비아냥거림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일교포 선수들은 일본에서는 ‘죠센진’, 우리나라에 와서는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반쪽바리’ 라는 소리를 들은 아픔을 누구나 않고 있었다. 그가 활동했던 긴테쓰 구단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오사카 지역이었다. 3년 동안(1984~1986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같은 재일교포 김일융의 전담포수로서의 경험은 그의 한국야구에 대한 시야를 넓힌 일이었을 것이다. 그와 호흡을 맞췄던 김일융은 일본으로 돌아가 컴백상도 받았다.
그 같은 송 감독의 경험은 포용력과 언어장벽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송 감독은 어눌한 한국말에도 불구 성실성한 태도가 2군에서 도약한 지도자로 볼 수 있겠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명문 한신 타이거즈의 와다 유타카 감독이 오승환의 입단에 즈음해 오승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한국어의 필요성을 역설을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선동렬, 이종범, 이승엽, 임창용, 이병규 등과 이대호에 이르기까지 한국선수들이 놀라운 비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일수 감독은 “실점을 줄이는 야구”에 주력하고, “실패에는 늘 원인이 있다. 그걸 분석해 고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일수 감독이 일본야구가 지향하는 ‘지지 않는 야구’냐 아니면 ‘ 밤을 새도록 승부를 보는 미국야구’를 할 것인지 눈여겨볼 일이다.
명포수 출신인 전 일본프로야구 난카이 호크스의 노무라 감독은 은퇴 후  는 저서를 냈다. 그 말이야말로 송일수 감독에게 들어맞는 얘기이다. 프로야구 감독은 그 누가 됐든 언젠가는 구단을 떠나야한다. 그 이별을 ‘아름다운’ 이별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송일수 감독은 인간성 평판이 좋다. 하지만 야구의 일은, 앞날을 알 수 없다. 송일수 감독이 ‘그 언젠가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진호 전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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