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김동주, ‘먹구름’ 스스로 걷어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2.03 13: 10

“1일 면담을 했다. 전지훈련에 무리하게 합류시키기보다 지병도 있는 만큼 차근차근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 시즌에 알맞은 몸과 체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선수도 받아들였다”.
새로운 감독의 취임. 그리고 전력에서 배제되었던 맏형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의욕적으로 야구에 달려들었던 1년 전과 올해 초 캠프에서의 열의가 더욱 필요하다. 스토브리그 폭풍 속 그대로 팀에 남게 된 ‘두목곰’ 김동주(37, 두산 베어스). 이제는 정말 선수로서 생존이 달렸다.
김진욱 전임 감독 체제에서 철저히 전력 배제되었던 김동주는 두산 타선을 대표하던 중심타자. 리그 전체로 봐도 역사에 남을 만한 오른손 타자이자 잠실구장을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다. 그의 통산 성적은 1625경기 3할9리 273홈런 1097타점이었으나 지난 2시즌 동안은 포스트시즌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올 시즌 김동주의 성적은 28경기 2할5푼6리 1홈런 9타점. 전지훈련서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뛰고 가장 파괴력 넘쳤던 김동주였음을 감안하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왜 김동주가 김진욱 체제에서 배제되었는지 지켜볼 부분이 있다. 사실 김동주의 경우는 FA 자격 재취득 당시 SK가 눈독을 들인 바 있다. 4번 타자였던 이호준(현 NC)의 2011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새로운 오른손 베테랑 거포를 가세시키고자 했던 SK는 오프시즌서 김동주와 당시 LG 소속이던 조인성을 두고 고민했다. 김동주는 우선 협상 기간 두산과 3년 32억 계약을 맺어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SK는 자유협상 첫 날 곧바로 조인성과 계약을 치렀다.
그와 관련해 SK의 구단 관계자는 “김동주가 시장에 나왔더라도 조인성을 선택했을 것이다. 팀워크 면에서 둘을 비교했을 때 조인성 쪽에 더욱 점수를 주었다”라고 밝혔다. 암암리에 알려졌던 지병 당뇨를 차치하고 팀워크 면에서 김동주의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 지명타자로 출장한 김동주가 팀의 수비 도중 덕아웃을 이탈하는 경우가 잦아지며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미운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지배적으로 퍼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진욱 감독은 다시 “김동주는 우리팀 4번 타자를 맡아야 하는 선수”라며 믿음을 주었고 김동주도 일본 미야자키 캠프, 그리고 그 이전 국내 훈련서부터 젊은 선수들만큼 굉장한 성실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력은 둘째 치고 다시 김동주는 시즌 개막 후 코칭스태프의 악평을 받고 말았다. 발단은 4월 9~10일 광주 KIA 원정경기 당시였는데 9일 김동주는 구장까지 도착했다가 몸살로 인해 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팀은 연장까지 가는 끝에 3-4로 패했다. 그리고 김동주는 10일 출장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두산 코칭스태프는 김동주를 전열에서 제외하고 9-0 승리를 거뒀다.
그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코칭스태프가 그 때 김동주에게 많이 실망하고 화를 냈다”라고 밝혔다. “9일 경기 선발은 그 때 페이스가 좋았던 헨리 소사였는데 김동주가 갑자기 구장까지 왔다가 몸이 안 좋아 출장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튿날 선발이 윤석민에서 박경태로 바뀌었다는 통보가 오자 갑자기 출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부분에 있어 코칭스태프, 특히 김동주에게 믿음을 보이던 황병일 수석코치가 대노했고 결국 김동주는 그날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라는 전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동주는 부상으로 인해 재활군으로 내려갔고 시즌을 2군에서 마쳤다. 김동주의 2군 성적은 13경기 3할4푼4리 1홈런 7타점이었다.
송일수 신임감독은 얼마 전까지 퓨처스팀 감독이었고 김동주를 가장 최근까지 보았던 코칭스태프다. 그리고 한때는 라쿠텐 스카우트로서 첫 번째 FA 당시 일본 진출을 노리던 김동주의 전성 시절을 주도면밀하게 지켜봤던 만큼 그의 전성 시절과 현재의 편차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2차 드래프트 당시 4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되었던 김동주는 타 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7억원의 연봉도 부담이 되는 데다 FA 자격 재취득 당시 SK 구단 측이 인식했던 암암리에 퍼졌던 안 좋은 소문이 김동주의 타 팀 재기 가능성을 없앤 것과도 같다.
그리고 송일수 감독은 김동주를 품고 가는 전략을 택했다. 김동주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이 부분을 표방하지 않는다면 더 큰 비난 공세를 피할 수 없다. 대신 1군 전지훈련에 무리하게 포함시키기보다 김동주의 몸 상태를 고려해 스스로 몸을 만드는 기회를 주고 팀에서도 괜찮다는 판단이 섰을 때 1군에서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안 좋은 소문으로 타 팀에서도 꺼려했고 악평으로 인해 전열에서 배제되던 김동주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왔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역사에 남을 만한 오른손 타자의 선수 생활 말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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