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예능 프로그램 출신 작가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 출신 작가 하명희가 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핫한 작가로 부상했다. '사랑과 전쟁'은 드라마 포맷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KBS 내 예능 부서에서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메시지는 예능과 닿아있다는 의미다.
하 작가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사랑과 전쟁'을 집필했다. 그동안 극적인 상황 묘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그가 모색한 '신의 한수'였던 셈. '따뜻한 말 한마디' 곳곳에 배치돼 있는 '허를 찌르는 말 한마디'는 '사랑과 전쟁'을 통해 습득한 하 작가만의 화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사랑과 전쟁' 후 정비를 가다듬은 후, 지난해 말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로 마니아 시청층을 양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상성'에 포커스를 맞춘 소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 그 결과물이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였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따뜻한 말 한마디'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대사와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집계)로, 전작인 '수상한 가정부' 첫 회(8.2%)보다 낮은 수치로 출발했다. 하지만 온라인 반응은 웬만한 인기 드라마 못지 않다. 하루종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회자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황.
이 같은 폭발적인 관심은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생활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들을 담담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이 재미를 더했다. 예를 들어, 김나라(고두심 분), 나대호(윤주상 분)이 주차를 먼저 할 것인지 다친 딸 나은진(한혜진 분)을 먼저 볼 것인지 승강이를 벌이는 부분. 외출을 할 때마다 툭탁대는 은진-김성수(이상우 분)의 모습도 보통의 부부 같았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공을 쌓은 인기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크크섬의 비밀',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이름을 알린 송 작가는 tvN에서 '인현왕후의 남자', '아홉번의 시간여행; 나인'을 차례로 선보이며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촘촘한 스토리로 인기, 작품성 두 마리를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조윤희는 2013 코리아드라마어워즈에서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햇고, 김병수 PD는 2013 에이판 스타어워즈(APAN STAR AWARDS)에서 연출상을 받았다.
복고 열풍을 불어넣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의 이우정 작가는 이우정 작가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의 메인 작가로 경력을 쌓았다. 하 작가나 송 작가처럼 드라마 타이즈를 경험하지 않았던 이 작가의 드라마 도전은 '모험'으로 받아들여졌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 작가는 역시 '해피선데이'에서 함께 했던 신원호 PD와 함께 그야말로 홈런을 쳤다. 케이블채널로서는 유례없는 10% 시청률을 눈 앞에 두고 있으며, 열광적인 팬덤을 양산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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