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코치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KIA 타이거즈 외야수 신종길(30)은 지난 3일 꿈에 그리던 트로피를 손에 안고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신종길은 이날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공동 제정한 '2013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참가한 시상식이었다. 그는 시상식이 모두 끝난 뒤 "오늘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데 저 혼자 시간을 너무 쓸 것 같아 다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그가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던 은사는 이건열 동국대 감독과 차영화 KIA 3군 총괄코치였다. 두 사람 모두 신종길이 길었던 2군 생활을 견디게 해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스승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신종길이 차영화 코치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애틋해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차영화 코치의 아들인 차정구 KBO 심판에 따르면 차 코치는 지난 10월 4일 낙상사고로 인해 경추 골절을 당했다. 심각한 부상의 여파로 전신 마비가 오면서 아직 눈만 깜빡일 수 있는 단계인데다 목에 호스를 끼워놓아 대화가 힘들다. 자세한 사고 경위도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신종길은 자신이 따랐던 차 코치의 쾌유를 빈다는 말을 수상 소감으로 하고 싶었으나 "분위기를 어둡게 할 것 같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2009년 KIA에 온 뒤 2군 생활에 힘들어했던 그를, 당시 2군 감독이었던 차 코치가 살뜰히 돌봐줬다. 신종길은 "코치님이 없었다면 지금 제가 야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종길은 아직 차 코치에게 문병을 가지 못했다. 차 코치의 가족들은 차 코치가 손님을 맞을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문병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차 코치는 이제 조금씩 손가락 신경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 신종길은 "12월쯤에는 꼭 문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이런 말씀을 드릴 일도 없었을텐데 그래도 이번에 상을 받으면서 코치님의 이야기를 말씀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신종길은 "코치님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셔서 다시 같이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자신이 직접 챙긴 선수는 어느새 잠재력이라는 알을 깨고 나와 생애 첫 3할 타율까지 달성하며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차 코치는 그 기쁨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사고 소식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3군 코치의 부상은, 지켜보는 제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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