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와 정근우가 발야구로 이종범 한화 코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지난 5월 30일 잠실 한화-LG전을 앞두고 한화 덕아웃에서 이종범 주루코치와 취재진 사이에 ‘도루’ 얘기가 나왔다. 이종범 코치는 발이 느린 팀 사정을 두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종범 코치는 “개인의 도루 능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도루 센스가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종범 코치 말처럼 한화는 발야구를 잃어버렸다. 팀 도루 70개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느림보 군단이 됐다. 이종범 코치도 시즌 도중 이에 대해 고민을 얘기한 것. 통산 510도루를 기록하며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 코치지만 도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부족했던 한화에 발야구를 주입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이종범 코치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올 시즌을 마친 한화는 팀 도루 70개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팀 도루 172개로 1위인 두산을 보면 정수빈과 민병헌, 오재원 등 도루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한화에는 부족한 게 사실. 이학준이 도루 16개로 팀 내 도루 1위다. 이학준과 추승우(12개), 이대수(11개)를 제외하고 도루 6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이종범 코치는 “도루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시키고 땀이 많이 나게 한다”며 도루의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홈런을 많이 때린 선수에게 고과를 많이 인정해주다보니까”라며 체력 소모가 심한 도루에 대한 보상 요소가 부족한 점도 꼽았다. 이어 “도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가 137억을 투자해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이용규와 정근우를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올해 도루 최하위 구단 한화가 단숨에 발야구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규가 통산 245도루, 정근우는 269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용규는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했고 정근우는 올해까지 8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이종범 코치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빨랐다. 1994년 124경기에서 기록한 84도루는 단일 시즌 최다 도루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종범 코치에게 주루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올해는 시련이었다. 팀 도루 최하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
내년 시즌 이용규와 정근우의 가세로 한화는 빠른 발을 가진 정상급 테이블 세터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팀의 느린 발 때문에 고민을 털어놨던 이종범 코치가 내년 시즌에는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응룡 감독은 이용규와 정근우에게 '100도루'를 기대했다. '100도루'라면 이종범 코치도 만족할 수 있을까.
rainshine@osen.co.kr
왼쪽부터 정근우, 이종범 코치, 이용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