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를 꿈꾸던 13살짜리 당찬 소녀가 어느덧 올림픽 2연패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년이란 세월은 김연아(23)에게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하는 김연아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크로아티아로 출국했다. 이번 대회는 김연아가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참가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다. 이 자리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새 쇼트 프로그램인 'Send in the Clowns'(어릿 광대를 보내주오)와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인 'Adios Nonino'(아디오스 노니노)를 처음 선보인다.
올림픽 2연패는 독일의 전설적인 스케이터 카타리나 비트(48)가 1984년과 1988년에 걸쳐 이뤄낸 이후 아무도 달성한 선수가 없다. 김연아가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하면 역대최고 선수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셈이다.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난 김연아는 “난 이미 올림픽 금메달을 따봤다. 이번 대회는 부담 없이 편안하게 새 프로그램을 익히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비하면 B급 대회다. 하지만 김연아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3년 김연아는 이 대회 노비스 부문인 ‘골든 베어’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는 “크로아티아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가 10년 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때는 노비스 수준의 선수였는데 지금은 은퇴를 앞둔 노장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최근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쥔 까마득한 후배 박소연(16)과 김해진(16)을 보면서 김연아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김연아는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 자체에 선수로서 큰 의미가 있다. 가서 잘하면 좋겠지만 순간을 즐기고 부담 없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좋은 연기도 나올 것이다. 결과보다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연아는 올림픽 무대를 끝으로 선수로서 은퇴를 할 예정이다. 아쉽지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겨스타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첫 대회라 걱정도 되지만 마음을 비웠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경기하겠다. 선수로서 후회 없이 마지막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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