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김지수 두 여배우에게 어설픔이란 없었다. 힐링, 불륜과 스릴러라는 다소 이질적인 소재들의 요소의 조합은 한혜진, 김지수의 '독한 연기'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불륜 그리고 스릴러의 조합을 떠올리면 영화 '하녀'와 같은 작품들이 떠오른다. 불륜만큼 위험하고 강렬한 분위기와 해피엔딩이란 없는 차가운 결말의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런 범주의 조금 미묘하다. 여기에 따뜻한 힐링까지 더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놀랍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런 질문에 가능성의 단서들을 던져줬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에는 한혜진, 김지수 두 여배우의 공이 컸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따뜻한 말 한마디' 2회에서는 재학(지진희 분)과의 불륜을 끝내고자 이별까지 통보했지만 계속되는 괴편지를 받고 두려움에 떠는 은진(한혜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미경(김지수 분)은 은진에게 남편 재학과의 불륜에 대해 아는 체 하지 않고 계속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그려진 것은 이 드라마가 표방하는 장르인 스릴러였다. 은진은 주변을 감시하는 듯한 괴한들을 기척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사람들이 많은 마트에서도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겨우 3시간 동안 없어진 딸아이가 해코지 당했을까 경찰서 신고까지 감행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미경은 더욱 무서웠다. 그는 은진과의 대화 중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는 속내를 내비쳤다. 영문을 모르는 은진에게 미경은 금세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모든 것을 다 알고도 은진의 주변을 맴도는 미경의 진짜 계획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스릴러 뿐만 아니라 공감가는 대사로 인한 잔잔한 힐링도 있었다. 남편 성수(이상우 분), 딸아이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은진 그리고 동생 민수(박서준 분)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한 아픔을 토해내는 미경에게서는 잠시 스릴러라는 짐을 내려놓은 드라마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질적인 조화는 두 여배우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한혜진은 괴편지를 보고 불안에 떠는 은진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은진은 사실 당황한 감정이나 불안한 마음들이 표면에 다 드러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은진은 불륜의 당사자이지만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것처럼 비춰진다. 단순해보이지만 결코 연기자로서 표현해내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이처럼 복잡하지 않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은진의 캐릭터를 한혜진은 담백하게 소화했다.
그런 한혜진과 함께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는 김지수는 은진과는 180도 다른 미경을 그야말로 독하게 연기해냈다. 미경은 내면의 상처를 안은 감정적 인물이지만, 재학과 은진 앞에서는 이성적인 면도 많이 내비치는 인물.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발설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의 심중만 떠 보곤 했다. 그렇기에 미경은 마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캐릭터다. 그 누구보다 많은 생채기가 났지만 철저히 이를 숨긴다. 김지수는 이런 미경을 표현하며 때로는 상냥하고 이성적으로, 때로는 분노가 폭발할 듯 거친 모습으로 변신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단순한 불륜극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힐링을 추구하고 불륜을 소재로 한 스릴러라는 복잡다단한 장르를 지녔다. 그리고 두 여배우는 이처럼 꼬인 줄을 연결시켰다. 두 사람의 열연으로 드라마는 예쁜 매듭을 지은 끈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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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