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심장', 최우식에게는 따뜻한 심장이 뛴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12.04 07: 38

배우 최우식이 따뜻한 마음으로 안방극장을 감동시켰다. 그의 진짜 마음이 드러나자 자칫 눈물샘만 자극하는 내용이 됐을 법한 프로그램의 흐름이 진정성 있게 바뀌었다.
최우식은 3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에서 구급대원 활동을 이어가던 중 쓰려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날 방송에서 최우식과 전혜빈은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할아버지의 집으로 출동했다. 알고 보니 그는 얼마전 다리 수술을 마친 뒤 거동이 불편해 그만 건물 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던 것. 뒤통수에 작은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할아버지의 몸이 아니라 이미 인생의 초라함에 지쳐버리고 만 마음이었다.

할아버지는 "괜찮냐"고 묻는 최우식에게 "죽겠다. 죽어버리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이에 당황한 최우식이 연유를 묻자 "그냥 살기가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최우식과 전혜빈, 구급대원들이 들어간 할아버지의 거주지는 마음이 외로운 할아버지를 더욱 아프게 할 만큼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최우식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악취가 너무 심하더라. 곰팡이가 슬어있고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할아버지가 몸을 뉘일 곳은 거주의 개념보다 그저 공간이라는 개념이 큰 장소였다.
그러나 죽고 싶다는 할아버지는 최우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최우식을 향해 "우리 아기는 눈이 총명하고 고요한 게 좋다"며 "잘 될 거 같다"는 덕담을 건넸다. 최우식은 제작진에게 "(할아법지의 말을 들으니) 뭐가 아픈 거다"면서 "너무 슬픈데 할아버지 앞에서 울면 안 될 거 같고"라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눈물 짓지 않았음에도 안타까움에 가득찬 최우식의 마음이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졌다.
최우식은 할아버지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고 그러시지 마셔라"면서 "힘이 든다. 마음이 아픈 환자를 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주러 간 구급대원 최우식을 도리어 할아버지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듣게 됐다. 담담히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제작진에게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진짜 구급대원 같은 의젓함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다음날 할아버지의 집을 다시 찾았다. 사소한 것이지만 할아버지를 위한 생필품 몇가지도 함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실 이 같은 내용 전개는 보기 좋지 않은 저급한 눈물샘 자극용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있는데 안 울고 배겨?' 같은 느낌의 내용들이 나열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최우식은 진심으로 할아버지를 위해 걱정하고 할아버지의 덕담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이 아닌 마음을 움직였다.
만약 그가 펑펑 울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거다. 최우식은 그저 카메라 앞에서 "뭐가 아픈 거다"라며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말로써 당시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털어놓는 최우식에게서는 인위적으로 꾸며진 감정은 느낄 수 없었다. 그 곳에는 '심장이 뛴다'의 막내 최우식의 진짜 심장이 뛰고 있었다.
mewolong@osen.co.kr
'심장이 뛴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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