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1)의 거취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구매자인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이 시작됐다. 이 결과에 따라 ‘일본이냐, 미국이냐’라는 큰 줄기도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와 등 일본 언론들은 3일 소프트뱅크가 이대호와의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몇몇 언론에서는 ‘확정’이라는 단어를 쓰며 이대호의 소프트뱅크 이적을 유력하게 다루는 중이다. 다만 아직 확정 단계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고바야시 이타루 소프트뱅크 중장기전략담당부장은 3일 “협상을 막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고바야시 부장은 “계약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지통신은 이에 대해 계약 내용이 외부로 밝혀지면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종합하면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정도로 협상이 진전된 것은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소프트뱅크는 5년 만에 B클래스(4위 이하)로 추락했다. 구단 수뇌부가 재도약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이대호는 가장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다. 소프트뱅크는 확실한 4번 타자감이 마땅치 않다. 이미 일본에서 2년간 뛰며 정확성과 장타력 모두 검증을 마친 이대호는 해외에서 강타자를 수혈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협상력을 총동원할 이유다.
이미 오릭스에서 제시한 3년 12억 엔(약 123억 원)은 거부하며 팀을 떠난 이대호다. 현지 언론에서는 계약금을 포함해 3년 총액 최대 15억 엔(약 154억 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계약 기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단 2년 계약을 하고 1년은 옵션으로 넣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이대호로서도 2년 뒤 거취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일은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이대호가 쥐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몇몇 행사에 참여하며 훈련을 병행 중인 이대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조건이 맞는다면 미국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에서도 몇몇 팀이 이대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야구계의 관측이다. 아주 좋은 대우를 받으며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일본에서 검증이 된 만큼 헐값은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대호의 도전 의사가 맞물린다면 다소간의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미국행이 성사될 수 있다. 만약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서 고개를 젓는다면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이대호를 영입할 수 있는 팀은 없다. 결국 미국행 가능성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대호의 선택에 한국은 물론 일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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