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로 자존심을 구긴 한화가 오프시즌에서는 활짝 웃었다. 반면 최근 리그의 강호로 군림했던 두산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롯데와 NC는 ‘선방’ 이상의 성과를 낸 반면 KIA와 SK는 본전치기에 실패했다. 2013년 겨울 초입에 남겨진 성적표다.
SK는 3일 정근우의 보상선수 대신 순수 보상금을 택함에 따라 FA시장과 2차 드래프트로 대변되는 2013년 오프시즌 영입전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앞으로도 몇몇 방출 선수들, 그리고 트레이드를 통해 추가 보강이 있을 가능성은 있으나 더 굵직한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각 팀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남긴 팀은 한화였다. 내부 FA(이대수 박정진 한상훈)와의 협상을 마무리한 한화는 곧바로 외부 FA에도 눈을 돌려 정근우와 이용규라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FA에 투자한 돈, 그리고 보상금액까지 합치면 총액 200억 원을 넘는 엄청난 투자였다. 한화의 지갑에 리그 전체가 술렁거렸다.
당장 리그 최하위권이었던 테이블세터진은 최고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동력 및 수비력도 크게 보강됐다. 김태균 최진행 앞에서 활발히 살아나갈 수 있는 두 선수의 영입으로 타선의 짜임새도 좋아졌다. 하위타선까지 보강되는 효과는 덤이다. 최근 영광이 무색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부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여전히 허약한 마운드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바꾸며 또 한 번의 승부를 걸었다.
롯데는 FA 최대어인 강민호를 지켰다는 자체만으로도 선방했다고 할 만하다. 다른 팀들이 눈독을 들였으나 FA 역대 최고 금액(4년 75억 원)을 제시하며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여기에 4번 타자 부재는 우타 거포인 최준석을 롯데에서 영입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1군 경험이 많은 심수창과 이여상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 효과를 봤다. 내야 옵션, 선발 옵션 하나씩이 늘어났다.
한편 두산에서 FA로 풀린 이종욱 손시헌을 영입한 NC 역시 오프시즌의 승자 중 하나였다. 최근 부진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왼손 계투 요원 이혜천도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했다. 전력 보강 효과는 물론 베테랑들의 영입으로 적잖은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다른 팀 보다 한 명 더 많은 외국인 보유 한도까지 감안하면 4강 판도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온다.
그러나 반대의 지점이 있는 팀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팀이 두산이다. 두산은 팀 내에서 FA로 풀린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모두 잃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도 임재철 서동환 이혜천 정혁진 김상현 등 5명이 빠져 나가며 손해를 봤다. 트레이드를 통해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을 영입해 이종욱이 나간 외야를 보강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떠난 윤석민의 거포 잠재력은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베테랑 투수 김선우도 팀을 떠났다. 오프시즌에서 가장 찬바람이 불었던 팀이었다.
KIA는 윤석민이 해외진출을 선언한 것에 이어 이용규까지 잃으며 전력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FA로 이대형을 잡았지만 이용규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보상선수로 잠재력 있는 포수 자원인 한승택을 지명한 것, 2차 드래프트에서 즉시전력감이라고 할 수 있는 김상현 김민우 김준을 영입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정근우를 잃은 SK는 보상선수 지명도 포기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팀이 노렸던 신현철 이정담 김대유를 모두 품에 안았지만 대신 5명의 선수가 팀을 빠져나가는 손실도 있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팀들이 앉아서 이득을 본 분위기다. 삼성은 내부 FA인 장원삼 박한이를 모두 잡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본전 정도는 했다는 평가다. 오승환의 이탈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FA 시장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던 넥센과 LG는 최소한의 변화에서 효율을 꾀했다. 넥센은 2차 드래프트와 윤석민장민석 트레이드로 전력 향상을 노렸다.
LG는 이대형의 보상선수로 신승현을 지명했고 두산에서 임재철(2차 드래프트) 김선우(자유계약)이라는 베테랑을 영입하며 ‘보이지 않는 승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이는 현 시점에서 매긴 성적표일 뿐이다. 내년 이맘때 성적표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단과 선수들의 노력에 따라 성적은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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