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無’ 드러난 한화-SK 현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04 06: 28

보상선수는 없었다. 사례를 쉽게 찾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이 현상은 한화와 SK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는 3일 구단 공식발표를 통해 FA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의 보상선수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SK는 FA규약대로 한화로부터 정근우의 올해 연봉(5억5000만 원)의 300%에 해당되는 16억5000만 원을 받는다. 보상선수 없이 순수 보상금만 택한 것은 역대 6번째, 그리고 2008년 히어로즈에서 LG로 이적한 정성훈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보통 FA 선수를 타 팀에 뺏긴 구단들은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20인 보호선수 외 명단에서 보상선수를 지명하곤 했다. FA 선수보다는 기량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한 명을 키우는 비용을 생각하면 보상선수 지명이 금전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SK는 그 소중한(?) 권리를 포기했다.

SK는 지난달 30일 한화로부터 공식적으로 20인 보호선수 외 명단을 넘겨받아 자체적인 분석을 거듭했다. 그러나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명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2일부터는 “돈으로 받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명단을 본 현장에서도 강력하게 원하는 선수가 없었다는 후문이고 구단 실무진도 딱히 대안을 정하지 못했다. 그나마 눈독을 들였던 포수 한승택은 우선권을 가졌던 KIA에서 데려갔다.
최근 육성 프로젝트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SK는 실효성 없는 카드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데려와도 자리가 마땅치 않은 선수가 많았다는 의미다. 미래 전력을 내다본 선수로 선회하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매력적인 카드가 없었다. 차라리 현재 키우고 있는 선수들에게 전념하겠다는 것이 SK의 생각이다.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한화의 현실은 더 적나라하다. 한화는 올해 ‘첫 9위’라는 불명예를 썼다. 신생팀 NC에도 밀리면서 최근 황폐화된 팀 전력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하는 개가를 올렸지만 여전히 팀 내 주축 선수들과 비주축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크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 됐다.
KIA와 SK도 올해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었지만 한화의 20인 외 명단에서는 즉시 전력감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KIA는 2년 뒤를 내다보고 한승택을 지명했고 SK는 아예 모두 돈으로 당겼다. 특히 SK의 선택을 역으로 분석하면 20인 외 선수 중에서는 아무도 5억5000만 원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구단으로서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야 정상이다. 한화가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갚아야 할 수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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