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미지명' 한화, 선수 육성 변화의 바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2.04 13: 29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선수 육성을 향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K는 지난 3일 한화로 FA 이적한 정근우의 보상 선수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SK는 한화의 보호선수 20인 외에는 지명할 선수가 없다고 판단, 올해 정근우의 연봉 5억5000만원에서 300% 인상된 16억5000만원의 보상금만 받기로 했다. 1명의 선수보다 5억5000만원을 수령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정이다. 
한화로서는 보상선수 출혈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한화는 FA 정근우와 이용규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경찰청 입대를 앞둔 포수 한승택을 KIA에 내주는 것만으로 막았다. 1명이라도 선수를 아끼게 된 것은 한화에 있어 전혀 나쁠 게 없다. 한화 나름대로 즉시 전력감은 물론 가능성있는 유망주도 효과적으로 보호하며 SK의 선택지를 줄였다. 

FA 뿐만 아니라 2차 드래프트를 포함해도 한화는 알짜배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동걸·이성진, 내야수 최윤석을 영입한 한화는 팀 내에서 이여상만이 롯데로 이적했다. 오프시즌 동안 5명의 선수들을 추가하는 동안 2명밖에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가 FA 보상선수 미지명을 그대로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한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팀들은 FA 선수 이적시 보상선수 지명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역대 5차례 보상선수 미지명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재정난을 겪은 팀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반면 SK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팀이다. 하지만 5억5000만원의 값어치를 할수 있는 한화 선수를 찾지 못했다. 보상선수 지명 전 "우리는 가볍게 보호선수를 짤 수 있다"는 김응룡 감독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한화의 얕은 선수층 실태가 드러난 굴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선수들을 키우지 못한 한화로서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서산 전용훈련장 건립과 함께 2군에서 3군으로 퓨처스팀을 확장하는 등 선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구단의 지원 아래 스카우트팀에서도 2014년 신인 및 신고선수를 역대 최다 23명을 영입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여기에 또 하나 숨은 부분을 살펴야 한다. FA 보상선수에는 군보류 선수가 자동 제외된다. 한화는 내년 시즌 돌아오는 군제대 선수만 안영명·윤규진·이희근·김회성 등 7명이나 있다. 이들 모두 자동 제외돼 보호선수 인원을 최소화했다. 전임 한대화 감독 시절부터 군미필 선수들을 대거 입대시키며 관리를 시작한 게 이제야 빛을 본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한화는 올 시즌을 끝으로 오선진·하주석·양성우를 군입대시키고, SK에서 군입대가 확정된 최윤석을 2차 드래프트에서 데려오는 등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상선수 미지명 굴욕을 딛고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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